때론 무관심이 돕는 것
때론 무관심이 돕는 것
  • 강진성
  • 승인 201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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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성 기자
며칠 전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얼마 전 사망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던 고등학교의 학부모였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로 학생과 교사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언론은 최근에도 학교와 학생에게 접촉하려고 했다고 한다. 이 학부모는 학생들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끝으로 학생들을 불안에 떨게하는 보도를 이제는 자제해 줄 것을 기자들에게 전파해 달라고 정중히 요청해 왔다.

전화를 끊고 보니 세월호 침몰로 아픔에 빠진 단원고 학생들이 오버랩됐다.

아픔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학교폭력으로 친구와 후배를 잃은 학생들의 절망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학교를 없애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아 학생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생존 학생과 실종자 가족을 인터뷰한 일부 기자들이 ‘기레기(기자+쓰레기 합성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질문 때문이다.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언론의 인터뷰가 조심스러워졌다.

되돌아보면 진주의 학교폭력 사망사건은 많은 언론에서 신중하게 접근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본 기자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일부에서는 일선 기자들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과장, 추측성 보도가 나가기도 했다.

직접 취재하지 않은 일부 인터넷 언론은 짜깁기로 퍼나르기에 바빴다. 결코 가볍지 않은 교내 사망사건을 선정적 제목까지 달아가며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 어떤 언론은 이류·삼류 학교라며 과거까지 들춰내며 학생들에게 상처를 줬다.

그 과정에서 유족과 가해자 가족은 물론 남아 있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언론은 학교폭력의 구조적 문제점과 예방을 위한 본질에 더 접근했어야 했다.

학부모의 말처럼 남아 있는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무리한 취재보다는 차라리 무관심이 돕는 일일지 모른다. 그들이 아픔을 이겨내고 학업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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