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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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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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윤 (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을 되뇌이는 나의 기도와도 같은 말이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것이나 지향하는 바가 모두 다른 것은 살아온 과정이 다르듯 제 각각일 수밖에 없다. 나도 ‘유별나’란 별명이 말하 듯 나름 개성이 독특해서 은근히 고집이 세고, 의외로 까다롭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부드러운 듯 강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듯, 강한 사람에겐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한 것 또한 작은 장점이자 큰 단점으로 작용했던 적이 있는 나의 특성이다. 웬만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잘 소화하지만, 한번 얽히면 잘 풀지 못하는 것이 결정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이런 많은 결점을 지니고 있는데도 내 인맥의 울타리는 단단하다. 그러니 어찌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말을 상기할 때 나는 내 주변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 주변 울타리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들이, 또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이 유유상종이라 하기엔 요원한 곳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엊그제 공무원 정년을 하고 지인의 일을 돕던 도반이 대상포진에 걸려 치료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부지고, 똑소리 나는 분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는 중에도 주변을 정화하고, 일 처리도 야무지게 한다고 정평이 났던 분이다. 몹시 아픈 날에도 몸살인가 여기고 건강 돌볼 겨를 없이 일에만 매달렸었다. 어느정도 일이 마무리되고 나서 병원을 찾았더니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 때부터 아픔의 강도가 몇 배나 더해진 건 말할 것도 없다. 핼쓱해진 얼굴로 다시 바깥에 나온 도반은 그 와중에도 혹여 지인이 신경 쓰일까봐 아프다는 말을 말아달라고 부탁을 한다.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의 염려 속에 도반은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 지인 앞에선 여전히 아픈 사람이 아니다.

이와같이 나를 둘러싼 사람들, 그 분들은 한결같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공을 상대에게 돌린다. 역할에 철저하지만 그 역할을 굳이 자신만이 해야 할 것이라고 욕심내지 않는다. 그 분들과 함께 할 때 내 자신에 부끄럽지 않은 적이 없다. 또 그 분들과 함께한 후 한동안 격상된 인격체로 나는 살게 된다. 매사에 더디기만 한 내게 그 분들은 기어코 수족이 되고, 기댈 언덕을 자처한다.

이렇게 나를 에워싼 많은 사람들이 설익은 나를 연마시켜 나간다.

덕분에 오늘도 나는 풋내나는 인격으로 과하지 않으려고 경계한다. 그리고 덕을 베푸는 행이 삶인 그 분들의 조영된 모습에서 감동을 주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게 되고, 적어도 그 분들 삶을 흉내라고 내고 싶은 마음에서 내 작은 선행이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큰 선행을 일으키게 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래본다.

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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