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 한 곳에 보관해야 능률작업 가능
농자재 한 곳에 보관해야 능률작업 가능
  • 경남일보
  • 승인 2014.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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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자재관리
주초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일요일부터 시작한 비가 수요일 오후까지 찔끔거리며 80mm 가까운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즈음 고인 빗물에는 송홧가루가 노랗게 떠올라 처음 보는 이로 하여금 놀라게 하기도 한다. 송홧가루는 온 누리를 날아다니며 곳곳에 얼룩과 흔적을 남기는 불청객이지만 소나무에게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선택이다.

송홧가루가 기관지천식을 앓는 이들에게는 매우 고통을 주는 불청객이지만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염전에서는 송홧가루가 날아들어 노랗게 물든 귀한 송화소금을 만들 수 있는 때라는 것이다. 송홧가루에 포함된 각종 미량요소들이 건강에 유익한 소금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차량과 곳곳에 쌓이고 날아들어 귀찮게 하는 먼지 같은 송홧가루가 꼭 귀찮은 존재만은 아닌 것 같다.

송홧가루가 날리면 아카시아꽃도 피기 시작하고 뻐꾸기가 운다. 시골에서는 아카시아꽃이 피고 뻐꾸기가 울기 시작하면 깨를 파종한다고 한다. 갈아 둔 밭에 구멍이 뚫린 비닐 멀칭을 덮고 참깨를 심었다.

지난해에는 참깨와 들깨를 심고 난 후 싹이 날 무렵 쏟아진 폭우에 씨앗이 씻겨가 다시 심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올해는 비가 내린 후 촉촉이 땅이 젖었을 때 심었다. 들깨는 참깨처럼 씨앗을 바로 심지 않고 한 곳에 씨를 뿌렸다가 얼마만큼 자라면 모종을 하기로 했다. 같은 깨로 불리지만 식물종이 다른 두 식물은 재배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들깨는 옮겨 심어도 잘 자라지만 참깨는 모종을 키워 옮겨 심으면 말라 죽는다. 참깨는 물 빠짐이 좋은 다소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지만 들깨는 토심이 깊고 비옥한 곳이라야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비가 그친 후 땅이 어느 정도 말랐을 때 부모님께서 종자로 쓸 쪽파를 뽑았다. 올해는 남겨둔 쪽파가 많아 종자로 이용할 수 있는 양이 많았다. 지난해 늦가을부터 두고두고 반찬으로 뽑아 먹고도 남은 것이다. 이웃에서 우리 밭에 심어둔 쪽파를 보고 종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달라고 해서 나눠주기도 했다.

수확한 쪽파는 뿌리를 나누지 않고 통째로 엮어 비가 맞지 않는 곳에 썩지 않도록 걸어 둔다. 쪽파는 양파나 대파와 다르게 씨앗을 심지 않고 마늘처럼 구근을 심기 때문이다. 구근을 한쪽씩 나눠 마늘처럼 심어두면 구근이 새끼를 쳐 여러 쪽으로 자라는 것이다. 수분을 많이 지닌 쪽파를 수확한 그대로 쌓아두면 썩어버리기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걸어두고 보관을 한다.

그동안 농산물을 수확하면 선별하고 포장할 장소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집에 딸린 창고 곁에 좁은 장소가 있기는 했지만 공간이 좁아 선별기를 들이고 여러 사람이 일을 할 수 없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과수원마다 비닐하우스를 지어 농자재를 보관해 왔지만 맨땅에 지은 창고라 비가 내리면 물기가 스며들어 자재를 버리기 일쑤였다. 농자재를 여기저기 흩어서 보관하다보니 작업에 능률이 떨어져 늘 고생을 해 왔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분들이 작업장과 자재를 보관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 이라고 했다. 어렵게 지을 것 없이 빗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시멘트를 깔고 골조를 세워 비닐을 덮고 차광막만 덮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경험이 많은 허정회 비화학적병해충방제연구회장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지난 가을에는 직접 굴삭기를 몰고 와 창고로 사용해 왔던 비닐하우스를 뜯어내고 땅까지 골라 주었다. 작업장은 시간이 나는 5월 중에는 지어야 한다며 바닥부터 시멘트를 깔자고 했다. 자기가 몸살이 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자 쉬고 있는 친구와 기술자까지 모시고 와서 작업을 이어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필요한 자재나 사다 날라주는 것이었다. 많은 비가 내려 땅이 질척거리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갔다. 작업에 진척이 없자 굴삭기를 실어와 작업속도를 내기도 했다. 바닥에 시멘트를 까는 날에도 새벽부터 달려와 현장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 주었다.

땅이 젖어 푹푹 빠지는 바람에 시멘트는 굴삭기로 레미콘 차에서 받아 날라야 했다. 도움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낼 작업이었지만 시멘트 까는 작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고르게 깐 시멘트가 굳으면 철골을 올리고 비닐을 덮으면 썩 어울리는 작업장이 완성될 것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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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이 작업장 및 보관창고 건설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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