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은혜
어버이 은혜
  • 경남일보
  • 승인 2014.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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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 신지식인)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을까, 하늘같은 은덕을 어디다가 갚사오리.’ 송강 정철의 ‘훈민가’ 한 부분이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 암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시조의 깊은 뜻을 음미하기보다는 외우기에 급급했었다.

오늘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효(孝)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자.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부모 없는 자식이 있을 수 없다. 낳아서 길러 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은고여천(恩高如天), 덕후사지(德厚似地)라고 하는데, 즉 은혜는 하늘같이 높고 그 은덕은 넓은 땅덩어리와 같이 두텁다는 뜻이다. 공자는 효제(孝悌)를 인의(仁)의 근본이라 하였고, 퇴계는 효를 백가지 행동의 근원이라고 했다.

효에는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째는 양구체(養口體)의 효이고 둘째는 양지(養志)의 효이다. 양구체의 효는 육체적으로 쾌적하게 해드리는 것으로 용돈도 풍성하게 드리고 맛있는 음식과 좋은 옷으로 섬기는 것을 말하고, 양지의 효는 정신적으로 안락하게 해드리는 것으로 비록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할망정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효도를 말한다.

공자는 오늘날의 효는 요컨대 맛있는 음식으로 구미를 맞춰 드리고 값진 의복을 해드려서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려고 하나 그것보다 부모의 뜻을 받들어 정신적으로 안락하게 해드리는 것이 더 극진한 효도라고 했다.

역사적으로 우리 조국을 위해 가장 충성한 장군은 이순신 장군이다. 23전 23승의 세계 전사에 길이 남는 이순신 장군. 충무공은 명량해전에서 13척의 배로 333척의 왜군을 무찌르는 세계 해전사에서 길이 남는 전과를 세웠다. 공은 ‘필사즉생(必死卽生) 필생즉사(必生卽死)’라는 글귀를 남겼다. 게다가 성웅 이순신 장군은 나라에 대한 충성심도 뛰어나지만 어머니에 대한 효성도 지극했다.

난중일기에서 보듯이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무렵 그의 어머니는 78세였고 충무공은 50세를 넘어서 지천명(知天命)이었다. 충무공은 늘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문안을 드렸으며 어머니의 소식만 듣고도 반가워하고 며칠만 소식이 끊겨도 걱정하였다. 4월 11일 일기에는 새벽 꿈이 몹시 뒤숭숭하였다. 병 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괴롭고 눈물이 난다라고 쓰여 있다. 그의 어머니에 대한 충무공의 지극한 효성은 나라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졌고 왜군의 침범 앞에서 목숨을 다하여 싸우고 장렬한 순국을 맞은 것도 부모에 대한 효성의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문가 중 한 집안을 꼽으라면 덕수 이씨 가문이다. 충무공 이순신과 율곡 이이는 19촌으로 나이는 율곡이 9살 많지만 충무공이 아저씨뻘이다. 율곡도 충무공 못지않게 효성이 지극했다. 율곡은 11세 때 아버지 이원수가 병환으로 눕자 팔을 찔러 피를 마시게 하였고 사당에 가서 쾌유를 빌기도 하였으며 16세 때 어머니가 별세하자 너무 상심하여 3년 동안의 시묘살이 후 금강산에 들어가 불교에 심취하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독서와 학문을 강조했으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효의 본질은 뭘까. 공자는 부모를 공경하고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고, 정약용은 어버이를 섬기는 일은 부모의 뜻을 거역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듯이 부모의 뜻에 따르는 것이다. 최종적인 효는 자식이 이름을 날려 부모의 명예를 빛나게 하는 것이고, 가장 불효는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 부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 교장, 신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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