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사월이여 이제 그만
잔인한 사월이여 이제 그만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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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신록의 계절인 오월이 왔는데도 우리나라는 4월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하기 그지없는 세상이 되어 전 국민이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부산외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중에 강당 지붕붕괴로 대학생들이 사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진주외고 학생 폭행 사망사고에 이어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여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우리 모두가 총체적 부정부패의 실상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유병언 일가를 보면서 앞으로의 우리사회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가치를 중요시하는 변화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 등의 인재 사고를 겪고도 변화지 않는 우리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이번 사고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4월 16일과 같은 사건은 앞으로는 있어서도 안 될 일이지만, 또한 결코 잊어서도 안 될 일이다.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사회는 안전을 다시 재정비하고 틀을 새로이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먼저 간 세월호의 희생자들에 대한 살아 있는 우리의 도리이다.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가족들의 절망은 어디에도 비유할 수 없는 슬픔이며 하늘이 무너지는 마음일 것이다. 말로써는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한 가운데 어떤 위로도 그들의 슬픔을 줄일 수는 없다는 사실에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앞을 향해 달려오기만 했다.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했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에서 기본과 과정에 충실하는 것을 반영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아픔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감히 누구도 말하기 힘든 상태이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변화를 위하여 제도적인 변화와 노력을 기울이고 뼈를 깎는 쇄신을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시간을 4월 16일에서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희생자의 가족을 위한 최대의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고 안전한 우리나라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으로 만들 대안을 제시하고 전 국민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해야한다. 내수와 외수가 급격히 감소하여 일반 국민들조차 살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언제까지 가지고 갈 것인가.

물론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뉴욕의 9·11 테러 때에도 부시 대통령은 뼈아픈 슬픔은 잊지는 말고 일주일 만에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국민들에게 당부하였다. 우리도 이제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믿음이 가는 정부의 조치를 조용히 기대할 때인 것 같다.

아픔과 슬픔은 잊지는 말아야 하지만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기에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치료하는 슬기로운 국민의식이 필요할 것 같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기본을 제시하여 앞으로는 이렇게 황당한 사고로 국민이 죽어가는 모습을 전 국민이 지켜봐야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필자도 글을 쓰고 살아 있다는 것이 학생들을 먼저 보낸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하여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심정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리오. 우리 모두가 기본을 지키고 살지 않는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픔을 치유하는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야 먼저 간 희생자들에게 우리가 할 도리이다. 서로를 탓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말아야 하며 서로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가 성숙한 사회이고 우리가 보여야 할 때인 것 같다.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며 잊지는 말고 세월을 멈추지는 말자. 우리 모두 묵념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황수현 (경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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