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교수의 의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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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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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르느와르와 류마티스관절염

르노와르 작,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식사

 
 
프랑스의 유명한 인상파 화가인 르느와르가 지금 태어났다면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을 일찍 받아 치료하면 정상인처럼 생활 할 수 있다.

왼쪽 그림은 르느와르가 전성기시절에 그린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식사’라는 작품이다. 햇볕이 좋은 어느 한가로운 오후 젊은 남녀들의 즐거운 식사시간을 너무나도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르느와르는 50세 경부터 류마티스관절염을 앓기 시작해 점차 손, 어깨 등의 관절이 굳어져서 70세 이후에는 손으로 팔레트를 들 수 없게 되자 무릎과 이젤 사이에 팔레트를 걸쳐 놓고 그림을 그렸고, 죽기 직전에는 휠체어에 팔레트를 고정시켜놓고 붓을 붕대로 팔에다 고정시키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오른쪽 그림은 르느와르가 류마티스관절염으로 고통을 받을 당시에 그린 ‘흰 모자를 쓴 자화상’ 이라는 작품이다. 류마티스관절염으로 힘들어하는 동안 르느와르는 붓을 자주 바꿀 수밖에 없었고 그림을 그리는 속도도 매우 느려졌으며, 관절이 완전히 망가지고 때로는 골절상 때문에 양손을 번갈아 가며 그림을 그릴 수 밖에 없어서 젊은 날의 아름답고 화사한 표현이 아닌 마치 자신의 고통처럼 우울하고 거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인체 내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인 활막에 만성 염증이 생기면서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몸속 면역세포가 자신의 관절을 스스로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전세계에서 약 2000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전 인구 중 약 1%가 앓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고령자에서만 나타나는 퇴행성 관절염과는 달리 류마티스관절염의 경우 30~40대 등 젊은 층에도 흔하게 발생하고, 여성에게 3~4배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가 제때 되지 못하고 관절이 계속 공격을 당하면 관절의 파괴 및 변형이 일어나는데 급속히 진행되는 경우는 몇 개월 혹은 10~20년에 걸쳐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장애를 초래하게 되며 한번 파괴된 관절은 회복되기 어렵다.

류마티스관절염의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일찍 진단하고 올바른 치료를 적극적으로 제때에 시작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10년 사이에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방법이 놀랄만큼 발전했다.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제, 항류마티스제제 등 기존에 사용하던 약물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류마티스관절염을 일으키는 나쁜 원인 물질만을 골라서 공격하여 부작용은 많이 줄고 치료효과가 혁신적으로 개선된 종양괴사인자 억제제, 인터루킨 6 수용체 억제제, T세포 억제제, B세포 억제제 등 다양한 약물들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치료비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부분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산정특례 대상자로 지정되어 치료비의 10%만을 본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치료받을 수 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치료를 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이 아니다. 일찍 진단되어 제때에 치료가 시작된다면 얼마든지 정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질병이 잘 조절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외래에서 류마티스관절염이 잘 조절되어 피아노도 치고, 농사일도 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의 손도 힘차게 잡아 주는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순전히 가정이지만 만약 르느와르가 지금 태어났다면 류마티스관절염은 잘 치료되어서 여전히 아름답고 밝은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손가락, 발가락 등의 관절이 아침에 일어나면 뻣뻣해 쥐기 힘들거나, 관절이 붓거나 혹은 관절통증이 계속된다면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류마티스내과의 문을 두드리기 바란다.

/경상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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