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의 재옥영선, 조선의 대간과 세월호 참사
당나라의 재옥영선, 조선의 대간과 세월호 참사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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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중국의 역사는 한 왕조가 흥기하고 그 이상에 맞게 정치를 실현해 나가다가 인간의 탐욕이 야기한 여러 모순이 쌓이고 터져서 패망하여 사라지고 그 왕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시 새로운 이상을 가지고 출현한 나라가 중국 대륙을 지배하다가 다시 역사의 뒤로 사라지는 것이 반복되어 왔다. ‘재옥영선(감옥에서 매미를 읊조리며)’이라는 시가 쓰여진 당나라 시대의 사회도 다르지 않았다. 시인 낙빈왕은 당나라 측천무후에게 상소문을 올렸다가 좌천되고 이에 시를 썼다고 한다. “가을에 매미소리가 노래하는데, 남쪽 모자 쓴 죄수인 나는 나그네 시름이 침투하네. 검은 귀밑머리의 모습이 와서 흰머리한 나를 마주하고 노래하는 것을 어찌 견디리오. 이슬이 무거워 날아도 나아가기 어렵고, 바람이 많아 소리가 쉬이 가라 앉는다네. 고결함을 믿어주는 이 없으니, 누구에게 내 마음을 드러내리오.” 이 시에서 특히 가을에 매미가 울었다는 표현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통 매미는 여름철에 우는데 시인이 감옥에서 매미 소리를 들은 것은 가을철이다. 이는 간언을 한 것이 때에 맞지 않았던 것일까라는 시인의 고뇌가 담겨 있다. 분명히 낙빈왕도 자신 이전에 간언을 하였다가 숙청당하고 귀양을 가거나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잃은 사람들의 전례를 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간언을 하면 그것이 수용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조선이 500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로 조선왕조가 권력균형을 위해 마련한 제도와 노력을 손꼽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대간제도이다. 대간은 사헌부의 다른 이름인 어사대의 관원이라는 뜻의 ‘대관(臺官)’과 사간원의 ‘간관(諫官)’을 합해서 부르는 명칭으로 이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만드는 왕정체제 내부의 민주적 제도였다. 대관은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일을, 간관은 군주의 잘못을 지적하여 바로잡는 일을 맡았는데 이들의 업무는 시간이 흐를수록 통합되어 크게 구분되지 않았다. 대간은 군주의 ‘이목지신(耳目之臣)’이었다. 군주의 눈과 귀가 되었던 그들은 조선시대 여론정치의 주역이었다. 군주가 잘못된 길로 갈 때마다 그들은 서슴없이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라고 말하며 거침없이 바른 소리를 하며 바른 길로 인도하려 했다.

우리나라는 더 나은 세계로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총체적으로 참담한 대한민국 자화상을 보여준 ‘세월호 침몰사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피지도 못한 꽃들이 바닷속에 잠들었는데 꽃들이 어찌하다 잠들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각 단계에서마다 책임 있는 ‘권력’들의 무능이 있었거나, 분명히 어딘가에는 낙빈왕과 대간처럼 간언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다른 의미의 감옥에 갇혀 이 시대의 가을을 슬퍼하고 있을 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과연 누구를, 무엇을 믿어야 하고 누구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감옥에 갇히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소신을 밝힐 수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소시민이 되어 그저 현실적으로 생계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되는가.

다만 분명한 건 지도자가 무능하거나 주어진 책임을 회피하는 리더십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이번 세월호 사건은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지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할 때 참모들이 지도자를 향해 기탄없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세월호가 침몰하여 침침한 바닷속에서 스러져 간 이들을 기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찾아야 한다. 이참에 각 조직마다 세월호 선장이나 선원 같은 이들이 득실대고 있지나 않은지, 간언 내지 언로 시스템의 문제는 없는지를 냉철히 되짚어보는 건 어떨까. 만약 그러한 자들이 있다면 부끄러워서라도 스스로 떠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부디 다가올 여름에는 매미가 힘차게 날아가 나무에 안착해서 우렁차게 그 고결한 소리를 노래하게 되기를 바란다.

/윤창술·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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