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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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부 교수)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더 이상 시간은 약이 되지 못한다. 어른이라는 부끄러운 이름표를 달고 있는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각성하고 각성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게 어떤 일이 닥쳤을 때 회피하거나 도피하면서 그저 시간만 지나면 된다는 식의 얄팍한 생각은 이젠 버려야 한다.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하겠지, 그냥 내버려두면 누군가는 할 거라는 생각은 이젠 버려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불의를 보고 앞장서거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극성맞은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또 어찌 된 판인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들의 행동의 결과를 분석해 보면 소극적이고 뒤에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보다 좋지 않은 혜택과 결과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대한 의미에 대해서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당연히 적극적으로 행동하다 보면 실수를 하게 될 것이고, 그 실수를 통해 값진 경험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일인데 우리사회의 조급증은 그런 실수를 용납할 만한 아량이 넓지 못하고 시간이 많지 않은 인색함이 존재한 게 사실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은 ‘이 시간만 지나면 된다’, ‘이 시간만 잘 버티면 된다’ 는 안일한 생각과 그 시간을 버티는 동안 ‘나만 안 걸리면 된다’는 얄팍한 생각을 이젠 버려야 한다. 그런 생각들이 지금의 우리 사회를 만든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한 달이란 시간이 유난히 길고 가슴 아픈 이유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 줄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 사회에서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깊은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옛날 학교 다닐 때 가끔 어떤 선생님들은 무작위로 질문을 해댔다. 전반적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공부를 해올 것을 기대하고, 미리 해오면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는 선생님의 생각이셨겠지만 학생의 속성 상 미리 공부해온 학생보다 해오지 않은 학생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 경우 무작위로 질문을 할 경우 학생들은 그 시간이 매일매일 불안할 것이고, 어떻게든 그 시간만 잘 버티면 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다. ‘시간만 지나면 된다’는 마음은 결코 준비되지 않은 마음인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학업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른 전략을 써야 했던 것이다. 학생들에게 예측 가능한 질문 범위를 지정해 주고,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과 동기를 부여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 또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수업시간은 흘러야 할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시간이 될 것이다. 선생님도, 학생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할 때 그 시간이 즐거운 것이 되는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맡아 할 수 없듯 구성원 각각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가정도, 직장도,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위기상황이 벌어졌을 때 항상 해결하지 않고 시간만 지나가기를, 나만 아니기를 바라는 그런 안일함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그래서 누구 한 명의 역할이 소수의 역할이 자꾸 커져버리고, 그래서 구멍이 나게 된다면 그 가정은, 그 직장은, 그 사회는 좌초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는 그래서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누구 한 명에게 맡겨진, 소수에게 맡겨진 그 가정은, 그 직장은, 그 사회는 결국 한 명이, 소수가 짊어진 짐의 과부하로 존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은 더 이상 약이 되지 못한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시간이 나와 함께 계속 가게 될 것이다.
 
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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