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을지라도 새로운 출발을
나이가 많을지라도 새로운 출발을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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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평범하게 살아보자. 그러나 그 평범한 기준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누구나 다 바쁘게 의미 있게 살아 왔다고들 하나, 뒤돌아보면 별로 남은 것, 해놓은 것이 없다는 아픈 깨달음밖에는. 왜 진작 이런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는지 후회도 해보지만, 무엇이나 열심히 하는 건 모두가 값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기 때문은 아닐까? 그것이 비록 삶의 과정일지라도 어쩌면 바쁘게 사는 것과 의미 있게 사는 것을 깨우치지 못하고 혼동하며 엄벙덤벙 살아온 탓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나이가 많아서 뒤늦게 깨우친 평범한 깨우침으로 자신을 반성하고 삶의 시간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돈이나 명예에 관해서 열심히, 너무나 열심히 자기 삶의 전부를 바치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가. 우리들 역시 진실로 자신이 바라고 추구하는 목적과 무관한 일에 시간과 노력을 바치면서 바쁘게 성실히 산다고 믿어온 것은 아닐까. 물론 살다보면 고통과 불행을 접어두고 기쁨에 취해 웃으며 살아갈 때도 왜 없겠는가. 그러나 열심히 노력하거나 성실하다는 말은 값지고 의미 있는 노력일 때 제값을 지닌 말이지, 무조건 좋은 뜻을 가진 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모름지기 값지고 의미 있는 일에 노력한다 해도 대부분 그 과정이야 어쨌든 오직 결과만을 생각하며 바쁘게 생활하는 이도 얼마나 많은가. 바쁘다 보면 생각할 겨를이 없고, 땀 흘려 수고하였으나 결국엔 아니했음이 오히려 나은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부지런히 무엇을 하고는 있지만 아니한 것만 못하다 느낄 때도 있을 것이고, 실패할 확률이 더 큼에도 불구하고 분주하게 열심히 해보지만 피곤 외엔 그 무엇을 얻을 수 있으랴. 어쩌면 실패하였음에도 거듭 실패할 용기를 갖고 그 무엇에 몰두할 수 있는 용기가 우리에게 현실화시키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많다는 건 침착하며 실수와 실패로 결과 되는 시행착오를 줄이며 우아하게 살아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살아온 걸 생각하면 어찌 안타깝지 않으랴. 나이가 들어가면서 값진 삶의 목표를 찾아내어 여성은 온후한 모습으로, 남성은 중후한 노신사의 모습으로 서로 사랑하며 늙어 간다면 얼마나 아름다운가. 노인이라 할지라도 삶의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산다면 그저 사는 대로 살게 될 뿐이지만 늦었다고 생각될지라도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살아간다면 그 삶이야 말로 방황과 실수를 가장 적게 줄일 수 있고, 덜 중요하고 덜 의미 있는 일에 짧은 인생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으리라.

우리가 비록 많은 나이라 해도 의미 있고 더 값진 것, 더 중요한 일들도 많기 때문에 삶의 방향과 의도를 고려하며 살아간다면 결국 방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이 들었다 하여 스스로 어수룩하다, 못났다, 무능하다, 초라하다 느낀다 해도 지금 내 스스로 힘을 얻고 용기와 슬기로서 새롭게 탈바꿈을 해야 한다. 살아간다는 것은, 나이 먹는다는 것은 깨달아 가는 것이며 그래서 부끄러움을 쌓아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많을지라도 새로운 출발을 부여하고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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