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력이 작동하는 사회
복원력이 작동하는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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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도 어언 한 달이 지났다. 사고가 일어난 4월 16일은 우리대학 학사 일정 상 중간고사 바로 전 주라 교수와 학생 모두 분주하게 일과를 보내던 시기였다.

사고 이틀 전인 월요일 필자가 담당하는 유체역학 과목의 강의 진도는 부력과 복원력에 관한 부분이었다. 배의 부력중심(Center of Buoyancy)으로부터 결정되는 경심(Metacenter)과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서 배의 복원력이 결정되며, 무게중심이 경심을 넘어설 경우 음의 복원력이 작용하여 음의 안정성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강의가 있은 지 이틀 뒤 복원력의 문제로 인해 사상 초유의 해난사고가 발생하였다.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해경 해체라는 통렬한 반성과 더불어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4월 16일을 국가 안전의 날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발생한 사고는 돌이킬 수 없기에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참사로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리라. 이를 위한 첫 단계는 철저한 사고조사와 원인 규명일 것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사람의 문제, 장비의 문제, 규정의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배의 침몰 현상 자체에 대해서 고민해 보고 사회 시스템 전체에 투영해 보고자 한다.

복원력(Restoring Force)이란 어떤 대상물이 평형상태로부터 외부 교란에 의해 벗어났을 때 작용되는 힘으로 정의되며 원래의 평형상태로 돌아가도록 작용되는 경우 양의 안정성을 가진다고 판정한다. 이때의 안정성(Stability)이란 안전성(Safety)과는 구분해야 하는 기술적인 개념이지만 결과적으로 안전을 위해 안정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안정성을 유지하여 최선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선박, 항공기, 차량 등 모든 전복 가능성이 있는 기계장치에는 공학자들에 의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의된 안정성의 한계가 있으며 이를 매뉴얼에 의무적으로 기술하게 된다. 복원 반응성을 고려하여 항공기의 경우 계산된 값에 날개 코드의 10% 수준의 여유를 부가하는데 이를 정적 여유(Static Margin)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적 여유를 사용자 입장에서 ‘여유’라 오인하는데 있다. 마치 100km/h 과속 단속카메라 앞에서 110km/h까지는 찍히지 않는다고 허용 계기 오차를 ‘여유’로 오인하듯 말이다.

건전한 정적 여유를 확보하여 복원력을 유지하는 것은 비단 기계장치의 문제만은 아니며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인적·물적 시스템이 발산이나 이탈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보편적인 가치이다. 1997년 말에 촉발되어 이후 수년간 국가경제와 민생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던 금융위기도 외환보유고의 여유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최근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고독사도 한번 평형상태에서 벗어나면 복원력을 상실하게 되는 사회 관계망과 안전망의 복원력 부재의 문제가 아닐까.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하여 내 주변에서부터 복원력이 잘 작동하는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유를 침범하는 일은 없는지 점검해 보고, 이를 사회와 국가로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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