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순수성
눈물의 순수성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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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폴란드 작가 센키에비치가 쓴 소설 ‘쿼바디스’를 동명으로 영화로 만든 작품에는 네로 황제가 눈물병에 자신의 눈물을 찍어 담으면서 한 말이 있다. ‘한방울은 너를 위해, 한방울은 나를 위해’ 억지 눈물에 억지 의미를 부여하는 폭군의 위선을 잘 드러낸 장면이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작품 곳곳에 위선의 눈물로 ‘악어의 눈물’을 인용하고 있디. 햄릿과 오셀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등에 나오는 표현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악어가 사냥한 먹이를 먹고 난 후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고 믿고 있었다. 네로의 눈물은 그가 어머니를 비롯해 형제, 아내를 죽이고 로마 시가지에 불을 지른 후 이를 기독교인의 짓으로 매도한 폭군적 기질로 미뤄 악어의 눈물로 치부된다.

▶눈물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악처와 같이 한 소크라테스는 ‘여자의 눈물을 보고 이를 믿지마라. 마음대로 우는 것은 여자의 천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볼테르는 ‘눈물은 슬픔의 말없는 슬픈 언어’라고 했다. 어떻든 ‘여자의 한방울의 눈물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이 볼테르의 결론이다.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야당대표는 너무 늦었다고 했고, 또 다른 여성야당 대표는 선거용이라고 매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는 매우 강하다. 평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눈물도 진실성을 의심받으니 정치란 참 매정한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간디는 ‘모든 사람의 눈으로부터 모든 눈물을 닦아내는 것이 나의 소원’이라고 했다. 슬퍼서 눈물을 흘려본 사람은 눈물의 순수성을 안다. 저절로 흘러내리는 것을….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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