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있는 中企가 대접받는 사회 만들자
기술력 있는 中企가 대접받는 사회 만들자
  • 경남일보
  • 승인 2014.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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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두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얼마 전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기업 등 모든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액이 78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전국 740개 공공기관에서 사상 최초인 80조원대의 중기(中企)제품 구매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달시장을 통한 중소기업의 매출규모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구매제도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는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를 통해 우수한 품질과 성능을 가진 제품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의 사례를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힘들게 제품개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인정받고 기업의 실질적 판매로 연결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역량부족 및 판매 전담인력 부재 등을 겪는 소규모의 중소 제조기업이 신시장 개척 및 진입이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판로를 지원하고자 하는 정부차원의 다양한 지원정책 중 하나가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제도’라는 것이 있다. 정부에서 인증해 준 13종의 기술개발제품에 대해 공공기관에서는 물품구매 시 10% 이상을 중기 기술개발제품으로 우선 구매해야 하며, 구매담당자는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해당 물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이다.

지난해 경남지역 공공기관의 중기제품 구매액은 3조7000억원(물품 구매액은 1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으나, 이 중 기술개발제품의 구매액은 1000억원(6.6%)에 그치고 있어 이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중소기업에게는 허탈감마저 들게 한다. 무엇보다 공공기관 구매입찰에서 기술개발제품에 대해 일정 금액 이상의 납품실적을 참가자격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창업 초기기업에게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에 모든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창업초기 중소기업에게 입찰 참가의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면 가혹하지 않은가. 사실 공공기관 역시 기술개발제품 구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사회적 편견으로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왕이면 시장에서 기술 및 성능을 인정받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검증되지 않은 제품구매 시 받게 될 실패에 대한 책임론 및 불이익에 대한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성능검사기관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인증한 좋은 제품을 선입관을 가지고 구매하지 않는 것은 발생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해서 실현에 옮기지 않는 노파심에 불과하다. 더불어 감사기관의 현실을 무시한 지나친 회계 원칙주의 고수도 곤란하다. 지난해 모 공공기관에 대한 공공구매제도 실태조사에서 기술개발제품의 구매 부진 이유 중 하나로 감사기관에서 기술개발제품의 수의계약 체결 건에 대해 계약업체와의 유착 및 이면계약을 의심하곤 해서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있다.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이는 대단히 편협적인 사고이며,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에도 역행되는 것으로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공기관의 사고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수한 기술의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의 관계설정도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과 산업구조가 달라서 좋은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돈이 된다 싶으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까지 뛰어들기도 한다. 과거에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선정해 대기업들의 진입을 막았지만 시장 자율성이 저해되고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06년에 이를 폐지했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인위적으로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막을 수는 없어도 불공정한 형태나 중소업체를 압박하는 관행들은 철저히 단속하고 제지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이 나라 경제를 지탱해 주는 중심이자 허리이다. 이제 기술력 있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대접받는 경제강국,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환두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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