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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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는 스테미나에 좋다
우리나라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문어 종류 중 산업적으로 중요한 것은 참문어, 낙지, 주꾸미, 물낙지(대문어), 집낙지 등 5종이 있다. 문어는 보통 60cm, 주꾸미는 25~30cm, 낙지는 70cm 정도이지만, 큰 놈은 우리나라 동해에서 잡히는 3m 정도의 물낙지가 있는가 하면, 가장 작은 놈인 집낙지는 수컷이 약 1.5cm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문어 종류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문어류는 먹이를 잡아먹는 습성이 참 재미있는 동물이다. 참문어의 사냥 기술을 소개하면, 연안의 바위틈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슬슬 기어 나와서 어류, 패류, 새우, 게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게를 잡을 때는 다리에 흡반으로 붙잡고 침을 분비하여 마비시키는데, 문어의 침 속에는 티라민(tyramine)을 비롯한 유독한 아민류(amines)가 함유되어 있어 게는 쉽게 마비된다. 일단 마비되고 나면 날카로운 이빨로 단숨에 먹어치운다. 전복이나 소라와 같은 패류는 질식시켜 잡아먹는가 하면, 심지어 복어 같은 어류를 잡아먹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날카로운 복어의 이빨에 다리가 잘리기도 한다.

‘문어사랑’이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문어처럼 사랑을 위해서는 죽음까지 같이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문어를 잡을 때 두 마리가 서로 발이 얽힌 채 붙잡히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암수가 떨어지기 싫어서 붙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서로의 발을 잘라 먹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잔인한 생물로 여기기도 한다. 심지어 서양에서는 이름도 끔찍하게 악마의 고기(devil fish)라고 한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영역 확대를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문어사랑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선조들은 낙지의 풍부한 영양에 주목해 ‘갯벌의 산삼’이라 부르기도 하였는데, 특히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말라빠진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 먹이면 금세 강한 힘을 갖게 된다’고 극찬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전남지방에서는 힘이 없거나 야윈 소에게 낙지를 먹이는 풍습이 있는데 주민들의 말로는 매우 효과가 좋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생낙지를 먹으면 지구력이 생긴다고 한다.

흔히들 낙지를 스테미나 식품이라고 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낙지, 문어, 주꾸미 등에는 지방과 당질의 함량은 적으나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다. 특히 단백질 중에는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없는 반드시 외부로부터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 8종이 모두 함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그 함량 또한 많아 문어에는 3834mg%, 낙지에는 4258mg%, 그리고 주꾸미에는 2329mg% 함유되어 있으며, 소화 흡수도 용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필수아미노산 외에도 탄수화물과 지방의 대사를 도우고, 또 신진대사 과정 중 에 생성되는 유해성 암모니아 제거를 촉진시키는 글루탐산이 1635~2329mg%로 많은 편이다.

그리고 최근 기능성 물질로 각광받고 있는 타우린이라는 아미노산이 많아(문어 약 1670, 낙지 854, 주꾸미 1597mg%) 성인병 예방이나 치료에 좋고, 시력회복과 망막형성에도 유효하다. 이런 이유로 분유를 먹이는 유아에게는 태아의 망막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타우린을 별도로 보충해 줄 필요가 있다.

또 최근에 의학계에 새로운 장르로 등장하고 있는 EPA와 DHA를 빼놓을 수 없다. EPA는 혈관벽이 경직되는 것을 막고 혈액이 응기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고, DHA는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심근경색, 뇌경색 등 혈관 장애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특히 DHA는 뇌의 활동을 좋게 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임상 실험에 의하면 태아기에 어머니로부터 DHA를 충분히 공급받은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에 출생한 어린이의 뇌성장 발달에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 보고되어 있다. DHA가 두뇌 발달에 좋은 이유는 뇌세포의 막을 구성하고 신경 돌기를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문어, 낙지, 주꾸미가 스테미나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이유는 풍부한 필수아미노산과 기능성 물질인 타우린, EPA, DHA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문어
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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