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경정)
현재 대한민국의 선거관련 법이나 제도, 투·개표 관리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변하지 않는 일부 후보자들의 작태와 이를 부채질하는 몰지각한 유권자들의 행태이다. 그 중에서도 돈이면 모든 것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는데 심각성이 크다.
이런 폐단은 선진국에서도 있었던 것 같다. 가장 금력(金力)이 유효하게 작용하는 선거 전야(前夜)에 “아무개가 전해 달라는 편지일세”, “예전에 미안한 일이 있어 사과편지 일세”하며 별의별 명분을 세워 돈 봉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 봉투를 전달하기 위해 밤에 다니는 사람을 월광족(月光族)이라 불렀는데 이 월광족은 나름대로 애교가 있다. 비양심적인 일이기에 으스름한 달밤을 택한 것이라든지, 되건 되지 않건 봉투에 명분을 세운 것을 보면….
헌데 우리 선거판에서는 그런 명분은 고사하고 멋도, 애교도 없는 짓거리를 스스럼없이 행하는 것 같다. 단속되는 사례를 분석하면, 금품을 받고 난후의 유권자의 행태는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가 케멜레온형인데 카멜레온이 주변 보호색으로 금방금방 변하듯이 주면 받고 그쪽으로 변한다. 일단 받아먹으면 대가를 치른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양심파다. 둘째는 암탉형이다. 암탉은 이집 저집 다니면서 주는 모이를 가리지 않고 먹고 알을 낳을 때는 반드시 제 둥지를 찾아가 낳는다. 즉 주는 것은 받고 소신은 변하지 않는 형이다. 마지막으로 청개구리 형인데 금품으로 유혹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반대쪽으로 찍는 것이다.
이처럼 유권자들의 성향이 암탉형이나 청구개구형이 되면 금권선거라는 말이 사라지고 말텐데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카멜레온형이다 보니 엄한 처벌과 보상에도 근절되지 않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나의 사소한 소리(小利)를 남들을 위한 대의(大義)속에 희생함으로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숭고한 일에 양심을 팔고 소신을 굽히는 어리석은 행동은 모두가 그만하자. 어떤 행동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행동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투표에 임하자.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 않나. 이 꽃을 더욱 아름답게 피우기 위해 소중한 양심과 지혜의 영양분을 제공하자. 그리고 투표에 참여하자.
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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