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슬픔은 꽃나무처럼 가꾸어야
이별의 슬픔은 꽃나무처럼 가꾸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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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나름의 삶의 형태와 삶의 목표를 지니고서 하루 온종일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 나간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자기가 설정해 온 인생의 목표에 대한 회의를 낳을 때는 좌절감, 고독감, 패배감을 겪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목표를 상실했다 하더라도 쉽사리 생을 단념할 수가 없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 때문에 단념을 못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아무리 고달프고 짜증나는 삶을 만나더라도, 우리가 아무리 슬픔과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이 세상과 인연을 끊을 수가 없는 건 결국 우리가 이 세상을 정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릇 짧은 인생 속에서 영원한 만남이란 있을 수 없다.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는 이상 만남은 순간이요 이별만이 영원한 것이며 그것이 숙명이요, 그것만이 진리이다.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인생에 슬픔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슬픔의 언덕을 넘어설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슬픔은 또 그만큼 기쁨의 보상을 우리들에게 치러 준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별의 슬픔이 주는 인생론적인 의미와 그 가치를 올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쓰라린 이별의 슬픔을 겪기도 한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끼리라도 언젠가는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의 슬픔이 주는 인간의 고통을 옳게 인식하고 거기서 삶의 올바른 자세와 인격을 키워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정들어 버린 사람을 좀 더 아낄 줄 알고 조그만 허물이 있더라도 용납하는 아랑과 슬기를 가져야 한다. 이를테면 오늘의 삶과 내일의 삶속에서 만나는 다정한 사람, 소중한 물건, 모든 사람들의 인격도 소중하게 여기면서 이웃의 슬픔까지도 이해하며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인격을 갖추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행복이 그렇듯이 주어진 물건이 누구에게나 같다고 해서 꼭 같이 행복의 무게를 지니는 건 아니다. 행복감이란 체험을 통해서 터득되는 것이며, 만남의 진정한 기쁨도 이별의 슬픔도 아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기쁨을 얻는 데는 값비싼 대가가 필요한 것이며 그 대가가 바로 이별의 슬픔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의 슬픔을 통해서 인생을 배우게 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만 그 같은 슬픔을 통해서 배우지 않는 어떤 것도 참되고 충족되고 근원적인 것일 수 없는 건 오직 슬픔을 통해서 배운 것만이 진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별이 서러운 건 진실로 사랑하고 아끼는 인간적 진실성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별의 슬픔은 인생에 좌절감, 패배감, 또는 절망을 주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삶의 기쁨과 가치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으로서 긍정적인 가치로 승화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올바른 삶으로서 인생을 패배자 아닌 승자로 이끌어 주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이별의 슬픔을 오히려 향기로운 꽃나무처럼 곱게 가꾸어 아름다운 인생의 열매를 따낼 수 있도록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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