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경 기자
칠곡 계모 사건은 둘째 딸 소원(가명)이 사망하면서 알려졌다. 심지어 죽은 딸의 언니 소리(가명)도 오랜 시간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이날 방송에서 소리는 “욕조에 물을 받아서 내 머리를 넣었다. 기절해서 정신이 어디 갔다가 깨어나고 몇분동안 그랬다. 동생은 거꾸로 세워서 잠수시켰다. 그땐 무조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다”고 계모에게 받은 학대를 털어놨다. 이어 “이틀동안 굶었던 적도 있다. 그러면 뒤에 열중쉬어를 하고 청양고추 10개를 먹어야 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목도 조르고 졸리면 실핏줄이 터졌다. 계단에 발을 대고 엎드러뻗쳐 한 상태에서 날 밀었다”고 덧붙였다. 또 “집에서 소변을 누면 더 안 좋은 일이 생긴다. 학교에서 모든 볼일을 다 보고 최대한 비우고 와야 한다. 화장실을 가게 되면 소변이 묻은 휴지랑 대변 묻은 휴지를 먹어야 했다. 주어진 시간에 밥을 다 못 먹으면 입을 찢거나 물을 대량 먹였다. 동생에게 뜨거운 물을 등에 붇기도 했다”고 말해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두 자매가 계모와 함께 산 454일 동안 온 몸에 멍이 들고 피가 흐르는 두 자매를 본 목격자만 37명이었다. 그들 중에서는 적극적으로 신고를 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결국 소원이의 생명은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현재 인터넷에서는 계모와 친부를 사형시키라는 여론과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아동 범죄가 발생할 때 마다 죽이라는 여론만 빗발치고 바뀌는 것은 없다는 사실에 더욱 씁쓸하기만하다. 과거에나 지금이나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다시 가해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아무리 칠곡 사건의 계모를 사형시켜도 아동범죄를 최우선으로 정책을 개선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구조되지 못할 것이다. 계모에 대한 분노 여론이 아동학대 방지와 아동보호 관련 제도 개선으로 하루 빨리 옮겨가지 않으면 또다른 아이들이 무관심 속에서 고통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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