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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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과 스테미나 증진에 유익한 멍게
멍게라는 이름은 원래 경상도 지방의 사투리였으나 워낙 널리 쓰이는 바람에 지금은 우렁쉥이란 이름과 함께 복수 표준어로 대접받는 귀한 이름이 되었는데, 그 어원을 보면 참 재미있다. 성인의 남자 성기를 순수한 우리말로는 ‘우멍거지’라 한다. 멍게의 생김새를 보면 식물성 셀룰로오스와 유사한 물질인 튜니신(tunisin)이 육질을 감싸고 있다. 즉, 육질이 주머니에 싸여있고(피낭, 被囊), 주머니 위쪽에서 물이 들어오고 나오는 입수공(入手孔)과 출수공(出水孔)이 있어 물을 뿜어내는데, 이러한 현상이나 생김새가 꼭 ‘우멍거지’와 비슷한데 차마 그대로 쓰기에는 낯간지러워 가운데 두 자를 떼어 ‘멍거’라고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멍거’가 ‘멍게’로 변한 것은 경상도 말의 특징 중 하나인 모음추이(母音推移) 현상 때문이다. 예를 들면 ‘고구마’를 ‘고구(우)매’, ‘파’를 ‘패’라고 하듯이 ‘멍거’가 ‘멍게’로 변화된 것이다.

한편 영어로는 피낭이란 뜻의 ‘튜니케이트(tunicate)’ 혹은 물을 뿜어낸다고 하여 ‘바다의 물총(sea squirt)’, 원추형 돌기가 있다하여 ‘바다 파인애플’, 일본에서는 램프의 유리통을 닮았다하여 ‘호야(火屋)’로 불린다.

멍게는 분류학적으로 원색동물문 미색강(尾索綱) 우렁쉥이목에 속하며, 세계적으로 약 2000여종이 알려져 있고, 식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홍콩, 쿠릴열도, 프랑스 및 지중해 연안국 등에서 일부 식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멍게, 미더덕, 흑미더덕(오망동이), 빨간멍게, 리테르개멍게, 이가보야멍게 등 6종을 식용으로 하고 있다. 멍게의 색깔은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은 산을 불태울 것 같은 붉은 단풍색을 띠는데, 이것은 카로티노이드계 색소 때문이며, 식용하는 육질부는 신티안틴(cynthianthin)이라는 색소가 함유되어 있어 노란색을 띤다. 최근에는 멍게의 껍질에서 콘드로이친(chondroitin)이나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색소를 추출하여 산업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바다의 먹거리 중 향기가 뛰어난 식품을 고른다면 멍게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바다의 잔잔한 파도처럼 입안에서 퍼지는 쌉싸래하면서도 달콤한 멍게의 뒷맛은 언제나 정겹게 느껴지는 고향의 맛이다.

멍게 특유의 향기성분은 옥탄올(octanol), 신티아놀(cynthianol)이라는 알코올 성분이고, 맛을 내는 성분은 알라닌(alanine), 글루탐산(glutamic acid), 글리신(glycine), 베타인(betaine), 글리코겐(glycogen) 등이 맛의 주체성분이다. 향기성분인 신티아놀은 숙취해소에 좋고, 콘드로이친(chondroitin)은 피부노화를 막는데 유익하다. 무기물 중에는 칼슘과 철분이 많아 빈혈 방지에 효과적이며, 멍게에는 비타민도 비교적 골고루 함유되어 있는데, 비타민 B1, B2, 나이아신이 꽤 많고, 바다식품에서 찾아보기 힘든 비타민 C도 2mg%정도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멍게는 다른 어류에 비해 단백질과 지방함량이 적고, 수분이 많아(약 90%) 멍게 100g당 에너지가 82칼로리에 불과하여 ‘해삼, 해파리와 함께 3대 저칼로리 해산물’로 꼽힌다. 반면에 당질의 함량은 다른 해산식품에 비해 월등히 많고, 이 중 대부분은 글리코겐으로 구성되어 있다. 멍게가 여름철에 맛이 좋은 이유도 다른 계절에 비해 글리코겐의 함량이 6~8배 정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멍게에는 해산물 중에 잘 발견되지 않는 미량 금속인 바나듐(vanadium)이라는 무기물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원소는 인체 내에서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당뇨병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당뇨병에 걸리면 몸이 나른해지고 피로가 쉽게 오는데, 멍게가 바로 이러한 증세에 유익하다. 그래서 흔히들 멍게를 스테미나 식품이라고 한다. 나이가 젊은데도 불구하고 스테미나가 떨어질 때는 멍게를 비롯하여 굴, 성게, 해삼과 같은 식품을 즐겨먹고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병행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반드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나듐은 멍게에게는 생존에 관계되는 중요한 성분이다. 모든 동물은 나름대로의 방어수단을 갖고 있는데, 자력으로 빨리 이동할 수 없는 멍게는 어떠한 방어 무기를 갖고 있을까? 유령멍게는 바나듐세포라는 특수한 세포를 갖고 있는데, 이 세포에는 바나듐과 황산이 들어있어 적이 공격해 올 때 이것을 이용하여 방어 작용을 한다. 또 흰덩이멍게과에 속하는 종류들은 점액을 이용하여 알레르기를 유발시킨다. 실제로 흑미더덕 어장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이 호흡이 가쁜 증세로 인해 병원을 찾은 기록이 있다. 그러나 적을 방어하는데 사용하는 바나듐을 사람이 먹을 경우에는 몸에 유익하다하니 하나님의 섭리에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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