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가 만들어낸 ‘흥미진진’ 인간사
DNA가 만들어낸 ‘흥미진진’ 인간사
  • 연합뉴스
  • 승인 201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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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킨 신간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는 고난도의 기교를 구사하며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던 이탈리아 출신 천재 음악가다.

그는 손가락 관절이 놀라울 정도로 유연해 엄지손가락을 손등 뒤로 구부려 새끼손가락과 닿게 할 수 있었다. 또 가운뎃손가락은 메트로놈처럼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유연한 손가락을 이용한 현란한 연주방식은 관중을 매혹했고, 그에게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불멸의 재능을 얻었다는 소문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파가니니의 재능은 엘러스-단로스 증후군이라는 유전 질환 때문에 가능했다.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결합 조직의 주성분인 콜라겐을 만들지 못해 서커스에 적합한 유연성을 얻는다. 파가니니는 유전적 결함 덕에 바이올린의 거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을 펴낸 샘 킨은 딱딱한 과학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재주를 가진 작가다. 전작 ‘사라진 스푼’에서 주기율표에 나오는 원소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했던 그는 이번에는 유전자와 DNA에 눈을 돌린다.

그는 유전자(gene)와 철자와 발음이 같은 아버지(Gene)와 어머니(Jean)의 이름 탓에 과학 시간에 유전학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유전학만큼 과학에 큰 발전을 가져오는 분야도 없다며 역사, 음악, 언어학, 고고학 등을 넘나들며 DNA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오는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고양이 오줌 냄새를 좋은 냄새로 느낀다든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을 맞은 일본인이 손상된 DNA를 빠르게 복구하는 유전자 덕에 93세까지 장수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또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를 합쳐 ‘휴먼지’를 만들려던 인간의 시도, 찰스 다윈·존 F. 케네디 등을 괴롭혔던 유전질환, 태반을 뚫고 태아에게 옮겨진 암세포 등도 독자의 이목을 끈다.

DNA는 한 개인의 일생뿐만 아니라 수만 년에 이르는 지구 역사를 알려주는 도구다. 샘 킨은 DNA에 관한 이야기를 모으면 지구사에 인류가 어떻게 등장하고, 진화해 왔는지 알 수 있지만 인간이 가장 어리석은 동물이라는 깨달음도 얻는다고 말한다.

과학도서 전문번역가 이충호 씨가 우리말로 옮겼다.

해나무. 50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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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의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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