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요놈 매실, 익었나 안 익었나?
새파란 요놈 매실, 익었나 안 익었나?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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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매실수확
날씨가 더워지고 비마저 제때 내려주자 잡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냥 베어버리면 끝나는 과수원과 달리 텃밭의 잡초는 일일이 손으로 뽑아야 한다.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귀찮고 힘들어 대부분 비닐멀칭을 덮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잡초는 적응력이 뛰어나 잠깐만 머뭇거리다 뽑아야 하는 시기를 놓치게 되면 밭을 점령해 버린다. 비닐멀칭을 덮고 농작물을 재배할 때도 뚫어진 구멍이나 이랑과 이랑 사이 빈 공간을 뚫고 나오는 잡초를 제때 뽑아 없애지 않으면 텃밭을 잡초에게 점령당해 버리기 일쑤다. 아무리 좋은 시설과 장비를 갖추었다 하드라도 사람이 돌보지 않으면 작은 텃밭도 지킬 수 없다.

이른 봄에 감자와 야콘을 심으며 비닐을 덮지 않고 가꾸어 보기로 했다. 재배 면적이 넓지 않아 텃밭을 둘러보다 잡초가 보이면 호미나 괭이로 흙을 긁어 잡초의 뿌리가 잘려 한나절만 지나면 햇볕에 말라죽는다. 감자는 알이 잘 들도록 북도 돋울 겸 밭이랑 사이의 흙을 긁어 감자 사이에 밀어 넣어주면 작은 잡초까지 없앨 수 있다.

고구마를 심을 때도 비닐을 덮지 않고 맨땅에 심었다. 고구마가 줄기를 뻗어 땅을 덮을 때까지는 힘들겠지만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가꾸어 보기로 했다. 사실 고구마가 어느 정도 자라 바닥을 덮을 정도가 되면 풀이 자라지 못한다. 초기 관리만 잘하면 비닐이나 부직포를 덮지 않아도 가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닐을 덮으면 관리하기는 한결 쉽겠지만 수확하고 난 후 깔았던 비닐을 치우는 일도 만만찮다. 덮을 때와는 다르게 곳곳이 찢어지고 흙에 덮여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참깨가 어느 정도 자라자 튼튼한 묘 하나씩만 남기고 나머지는 솎아냈다. 참깨는 들깨와 달라 뽑아서 옮겨 심으면 잘 살지 않아 씨앗을 넉넉하게 뿌려 튼튼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 버린다. 들깨는 씨앗을 직접 뿌리기도 하지만 모종을 구해 심는 것이 더 편리하다. 어느 정도 자란 들깨는 관리하기도 쉬워 옮기는데 드는 노력을 감안하더라도 효과적이다.

매실 수확을 시작했다. 지난해에 비해 철이 빠르다며 시장에는 매실이 벌써부터 넘쳐나고 있다. 첫 수확을 예년보다 당겨서 했음에도 매실을 사먹는 사람들이 시장에 나도는 매실을 보고 수확시기가 늦은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한다.

다른 과일처럼 당도를 측정하거나 빛깔로 구분이 어려운 매실은 수확을 빨리해도 겉으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찍 수확한 매실은 씨앗이 여물지 않아 깨어보면 쉽게 부서지고 과육에는 쓴맛이 난다. 매실 수확은 꽃이 만개한 때로부터 8~90일 정도가 지난 후에 해야 맛도 좋다고 한다. 매실수확은 망종을 넘기고 하는 것을 상식처럼 알고 있었다. 올해 유난히 매실수확을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매실수확을 시작하기 전인 지난주에 과수원에 풀을 다시 한 번 벴다. 과수원을 둘러보고 작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나뭇가지와 같은 장애물을 치우고 모기와 같은 해충이 물지 못하도록 마늘과 양파로 만든 탄화물도 뿌렸다.

올해는 알이 굵은 것부터 골라서 따기로 했다. 골라서 따면 작업속도는 늦을 수밖에 없지만 남긴 매실이 굵어진다고 한다. 매실열매가 굵고 푸른빛이 선명해야만 상품성이 좋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사는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면 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매실을 단지 술 담는 용도로 사용하던 옛날에는 알이 작고 향이 뛰어난 열매 값을 더 쳐주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매실을 사용하는 용도가 매실주를 담그는 것보다는 장아찌와 효소를 만드는 것으로 바뀌며 선호도도 달라졌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과육을 발라내야하는 장아찌는 알이 굵은 것이라야 쉽게 담글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매실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농사꾼은 알이 굵게 달리는 품종으로 수종을 갱신하지 않을 수 없다. 수종을 갱신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할 수 없는 일이라 시간을 두고 해를 두고 바꾸고 있는 중이다. 매실을 수확하며 느끼는 것은 알이 굵어야 일도 편하다는 것이다. 나무도 낮아야 일이 힘들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어떤 가지를 남기고 잘라내야 할 것인가를 배우며 수확하고 있다.

정찬효 시민기자

매실수확
초보농사꾼이 매실을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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