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워야 하는 과정이란다
이별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워야 하는 과정이란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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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람이 살다보면 어느 순간 헤어지는 것에 익숙해지고, 익숙해져야 할 때가 있다. 그렇지 않을 때 미련이, 미련스러움이 사람을 구차하게 만들고 어리석게 만들어 이 세상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는 생각에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살아가면서 어떤 일에서든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누군가와 헤어짐에 있어서도 어쩌면 새로 누군가를 만나고, 또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끝맺음이, 헤어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갈수록 알게 된다.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어느 누구도 이별에 대해, 헤어짐에 대해 알려주거나 배운 적이 없는 듯하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헤어지거나 이별하는 것은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감정에 앞서기 때문에 그래서일까. 우리들은 이별에 헤어짐에 익숙하지 못하고, 항상 그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침묵하게 된다. 또 그순간의 감정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모르는 척 들키지 않게 안 그런 척하며 감정을 숨겨야 하는 게 성숙되고 미덕인 양 그렇게 이별과 헤어짐에 대해 여겨 온 것 같다. 생각해보면 고통스럽고 힘들기 때문에 위로받고 싶고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의지하고 싶은 것일 텐데, 우리는 각자의 고통과 슬픔에 빠져 어떻게 그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하는지도 모른 채 상처가 아물기를 바랄 뿐이다.

의미 있는 애정의 대상을 상실한 후에 따라오는 마음의 평정이 다시 회복되는 정신과정을 애도(mourning)라고 한다. 애도는 주로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모든 의미 있는 것에 대한 상실이라는 정상적인 반응을 일컫는다고 한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누구를 만나고 어떤 것에 익숙해지고, 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겁나는 것은 어쩌면 헤어짐, 이별,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구석구석 쓰지도 않고 모셔 두었던 물건들을 ‘몇 년 사이에 사용했는지 안했는지’에 따라,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인지’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버리는 나의 행동을 보면서 조금은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쉽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살던 내가 이젠 어떤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려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으로 인해 갖게 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른인 나도 가끔은 헤어짐이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을 아이에게 알려줘야 할 일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들이 하나씩 있게 된다. 유독 맞벌이 가정이나 애착에 대한 갈망이 있는 아이들에게 더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애착물은 대개 인형이기도 하고, 자기가 덮고 자던 이불이나 수건이기도 한다. 또 어떤 아이들은 커서 그 인형이나 이불이나 수건의 모퉁이를 잘라 지니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우리 집 아이는 수건으로 이름도 여러 번 바꿔 불러주면서 살아있는 생명 그 이상으로 여기며 애지중지 함께했다. 그 수건은 내가 아기 때 엄마가 무주구천동에서 산 것으로 벌써 40여년이 넘은 골동품 중의 골동품이었다.

아이에게는 다른 그 어떤 수건보다 그 수건이 갖는 촉감과 냄새를 즐기며 9년 동안 항시 함께하며 엄마 대신 잠을 잘 때도, 놀 때도 동생처럼 친구처럼 여겼다. 아이에게 그 수건을 없앴다는 것은 세상이 끝나는 것과 같은 것이어서 몇 년 전에는 그 고통이 발작 비슷한 모습을 보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유예기간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 수건과 아이가 이별을 하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빈축도 사람들에게 받았지만 엄마가 함께해 준 첫 번째 이별 경험이 아이가 살면서 배워야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한우(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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