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통학
열차통학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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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수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지지난해 진주에서 마산을 연결하는 경전선 철길이 새롭게 단장되면서 일부 역과 간이역이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내 고향 시골에서 열차로 마산, 진주로 가는 시간은 많이 단축되었으나 정이 흐르던 역사(驛舍)와 철길이 없어진 것에 보존의 가치를 재조명했으면 하는 많은 아쉬움과 미련을 가져본다.

최근 진주시에서 폐선 일부 철길을 이용해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하여 주민의 편리성을 도모하고 관광자원화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에 반성역에서 진주까지 5년간 열차통학을 했다. 그때 대부분의 시골 출신 학생들은 열차로 통학을 참 많이 했는데 철도청에서 열차시간을 학교 수업시간과 잘 맞게 조절해 주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진주로 통학하는 학생들 중 제일 먼 곳의 역이 산인역이었고 함안, 군북, 원북(간이역), 평촌, 반성, 진성(간이역), 갈촌, 문산, 개양역 순이었다.

필자의 시골집은 반성역과 평촌역 중간 지점에 있었는데 평촌역에 가는 길보다 반성역에 가는 도로가 훨씬 좋았기 때문에 반성역에서 열차를 타고 다녔다. 매일 약 15리 길을 자전거 타고 역 가까이에 있는 자전거 수리점에 맡겨두고 열차를 타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마치고 나면 역순으로 진주에서 반성역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반복된 일과였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타는 지정된 열차 칸은 없었으나 간혹 여학생이 많이 있는 칸에 승차할 때가 있었는데 부끄러워 얼굴이 붉게 되고 가슴이 쿵쿵거리던 수줍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진주역에 가면 경전선과 삼천포로 가는 진삼선 열차가 같은 플랫폼에 정차해 있다 보니 잘못 보고 경전선을 타야 하는 학생이 진삼선에 승차해서 삼천포로 가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통학열차에는 학생들과 더불어 아침 일찍 진주시장에 내다 팔 농산물을 모자기에 담아 머리에 이고 들고 타는 시골 아줌마들로 붐볐고 특히 개천예술제가 열리는 10월이 되면 통학 열차 칸은 인산인해로 시끌벅적했다. 진주역 주변에는 선술집, 만화방, 풀빵집, 여인숙, 다방 등이 있었고, 겨울철 대합실에는 커다란 난로가 있어 늘 노숙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 모를 단발머리 여학생들과 까까머리 선후배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처럼 그때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시라도 젖어보는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통학열차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해 보면서 철도청에서 진주역을 철도박물관으로 만들어 추억의 장소로, 진주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둘 수는 없었는지…. 철길이 없어진 텅 빈 진주역엔 오롯이 추억만이 남아 있다.

강양수 (경남도농업기술원 기술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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