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장맛비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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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추억 속의 장마 뒤끝은 참담했다. ‘사라호’ 태풍이 할퀴고 간 이듬해 여름 일찌감치 들이닥친 장맛비는 수확을 앞둔 보리, 밀밭을 덮쳤다. 손을 쓸 겨를도 없이 계속 내리는 빗줄기에 누렇게 익은 밀, 보리는 밭에서 그대로 곰팡이가 슬고 썩어 나갔다. 고된 보릿고개를 구호물품으로 견디며 주린 배를 움켜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속담에 ‘불난 끝은 있어도 물난 끝은 없다’는 말이 있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말도 있다. 올해도 장마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다행히 마른장마라 극심한 물난리는 없을 것이라 한다. 대신 뜨겁고 습한 날씨가 계속될 것이라 하니 걱정이 앞선다. 바닷사람들은 장마 끝에 고기도 많다는데 벌써 걱정이다.

▶올해는 오츠크기단의 발달이 느려 예년보다는 전선이 다소 늦게 형성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일부 지방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대기 불안정으로 우박이 쏟아지고 용오름이 발생한 것도 그 영향인 듯하다. 지난해 여름 매일 전력소비량을 발표하며 가슴 졸였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대형 전력소비처를 특별관리하며 위기를 넘겼던 악순환이 올해는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우리사회 전반에 짙게 깔린 불경기를 여름휴가로 극복하려는 모양이다. 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이 그것이다. 여행업계와 숙박업계, 피서지의 경기가 되살아나면 그 시너지효과도 대단할 것이다. 무엇보다 침울했던 분위기를 걷어내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그러나 마른장마라 해서 안전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대형사고는 물 스며들 듯 모르게 씨앗을 키우기 때문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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