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태 교수의 의학이야기
정운태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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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지금도 수많은 환자를 보고 있지만, 특히 잊히지 않는 두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 분은 50대 초반 아주머니였는데, 남편이 간경변증 환자로 복수가 차거나, 피를 토하는 등의 합병증으로 수차례 나에게 입원 치료를 받았었다.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간병해 오던 그 부인은 건강검진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예약해 두었다가 남편의 재입원, 딸의 결혼 및 출산 등의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약 1년의 세월이 흐른 후 마침내 검사를 받게 되었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위암으로 진단되었고, 정밀검사에서 간과 복막까지 전이된 말기 암 상태였다. 그때까지도 환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자신은 건강하다고 믿고 있는 상태였다. 부인은 수술은 불가능하여 열심히 항암치료를 받으셨으나 결국 6개월 후 돌아가셨다. 또 한 분은 40대 중반 아주머니였는데, 남편이 한 달 전부터 소화가 안 되고 명치부위에 돌을 얹어놓은 듯한 불편감이 발생하여 위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오셨다가 부부가 함께 검사를 받기로 하였다. 큰 병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던 남편은 가벼운 위염 정도만 있었으나 아무런 증상도 없이 우연히 검사를 받은 부인은 위암 초기로 진단되었다. 다행히도 정밀검사에서 점막층에만 국한되어 있어 수술 없이 내시경적 점막하 절제술을 받았으며, 약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 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

모든 암에 있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폐암이나 췌장암과 같이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은 진단 당시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완치율이 낮고, 위암이나 대장암과 같이 내시경으로 조기 진단이 가능한 암은 완치율이 높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각종 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살펴보면 위암의 경우 발생률은 증가하고 있으나 사망률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는 기현상이 발견된다. 이는 국가 암검진 사업의 일환으로 내시경검사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내시경으로 접근이 가능한 암은 직접 육안적으로 미세한 병변까지 찾을 수 있으며, 초기 암 상태에서 또는 암의 전단계인 선종 상태에서 내시경적 절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시경검사’라 하면 ‘고통스러운 검사’라고 선입견을 갖는 분들이 많다. 어떤 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검사를 받기도 하지만 힘들고 무서워 도저히 받을 수 없다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은 소위 진정내시경(일명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혹자는 수면제 투여로 기억력이 감퇴하고 머리가 나빠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일시적 가수면 상태를 유도 후 약효가 끝나면 아무런 후유증을 남기지 않는다. 또 혹자는 호흡 마비를 걱정하기도 하는데, 내시경검사 전 철저한 사전 점검과 검사 중 면밀한 산소 및 맥박 모니터링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내시경검사는 안전하지만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순간의 고통을 참고 넘기면 그 무서운 암으로부터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고통 또한 못 참을 정도도 아니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고 있거나, 내시경이 무서워 검사를 피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 남편의 병간호에 헌신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그 아주머니의 마지막 애잔한 미소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맴돌고 있다.

/경상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내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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