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요건
공인의 요건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년이 벌써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1894년의 경장이 있은 지 두 번째의 갑오년을 맞아 개혁의 기대를 피력했던 연초의 글이 무색하다. 아직도 12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의 아픔만으로도 그 무게와 충격이 큰데 분위기를 일신하여 새롭게 일해야 할 개각의 수순이 자못 험난하다. 안대희 총리 후보가 스스로 사퇴한데 이어 뒤이어 새로 지명된 문창극 후보자도 매우 위태하며 설상가성으로 부총리와 기타 후보자도 흠결이 드러나고 있다. 왜 우리의 공복들은 한결같이 범인(凡人)들과 같은 인물들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다.

어려서 선친께서는 외아들이 군자(君子)가 되기를 소망하셨다. 한학에 조예가 있으셨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동양 고전의 경구로 가르침을 주셨다. 그 가운데 기억에 가장 남는 군자의 덕목이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과 ‘신독(愼獨)’이다.

군자대로행과 신독의 표상이 사기(史記)의 열전(列傳)에 공자의 제자 중에 자우(子羽)라 할 수 있다. 그는 무성(武城) 사람으로 성은 담대(澹臺)요, 이름은 멸명(滅明)이었다. 그는 용모가 아주 추악했었다고 한다. 그의 외모를 본 공자는 그가 재주가 박(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자우는 공자의 가르침을 받고 돌아가서는 자기의 덕행을 쌓는데 힘쓰고, 길을 갈 때에는 절대로 지름길로 가지 않았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집정자(執政者)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자우가 남쪽을 떠돌며 유람할 때,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300명이나 되었고 물건을 남에게서 취함과 남에게 줌, 벼슬에 나아감과 물러남이 완전무결해 제후들에게 이름이 널리 알렸다고 한다.

반면 같은 공자의 제자 가운데 재여(宰予)가 있다. 그는 자공과 함께 변론의 달인으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공자의 문하 제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실리주의적인 인물이었지만 도덕을 가볍게 여겼었다고 한다. 어느 날 재여가 평상에 누워 낮잠을 자는 것을 본 공자가 “썩은 나무에 조각을 할 수 없고 썩은 흙으로는 담을 쌓을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기에는 재아가 훗날 제나라의 장관이 되었지만, 전상(田常)의 반란에 가담했다가 일족이 몰살을 당했다고 전한다.

공자도 이러하건대 우리는 오죽하랴.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시작은 1787년 미국의 헌법제정의회에서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인준권을 규정함으로서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처음 시작했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임기가 1789년 시작되었으니 미국 공직의 역사는 청문회와 함께 시작된 것이다. 이에 반해서 우리나라 청문회는 제16대 국회가 2000년 6월 23일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구성·운영과 인사청문회의 절차·운영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인 ‘인사청문회법’(법률 6271호)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됐다. 이제 14년 남짓 되었으니 그 운영과 실적이 미흡함도 연륜에 치부하여 용납할 수 있을 법 하다.

그러나 이제는 공직 후보자나 청문회에 임하는 의원들 모두 달라지기를 기대한다. 먼저 공직 후보자는 정녕 군자대로행과 신독을 실천한 군자이기를 기대한다. 또한 청문위원들은 공직후보자의 흠집 내기와 당리당략보다는 진정한 후보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청문위원 자신들도 얼마든지 입장이 바뀔 수 있는 인품과 능력이 있는 분들이기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가짐도 필요할 것이다.

2014년 상반기 우리 모두의 상처와 허탈함이 치유될 수 있는 하반기를 맞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정녕 우리가 우리를 서로 상하고 감싸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를 존대할 것인가. 여(與)와 야(野)가 그리 소중하고 동(東)과 서(西)가 그리 다른가. 이제는 신독하고 대로행한 군자들을 앞장 세워 사랑하며 감싸 안고 힘 복 돋우어 나아가자.
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