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52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52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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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1. 그의 몸이 비차다
8월도 지나고 9월 중순(음력)이었다. 날씨가 오슬오슬 꽤 추웠다. 조선 백성들 마음은 그보다 몇 배 더 차가웠다. 앞으로는 타오르던 불꽃도 그대로 얼어붙어버릴 시간들이 다가올지도 몰랐다.

시민은 진해에서 멋모르고 함부로 설치는 왜군 장수 소평태라는 자를 꾀어 포로로 잡았다. 그러고는 한성부 판윤 김수에게 넘겨 행재소로 보냈다. 행궁, 혹은 이궁이라고도 하는 행재소는, 임금이 궁궐을 떠나 멀리 거둥할 때 임시로 머무르는 별궁을 일컫는 말이다.

안동 김씨 김수. 그가 병이 심해졌을 때 선조는 그가 아까운 사람이니 특별히 의약을 보내 구원하여 치료하라고 할 만큼 큰 예우를 받았던 인물이다. 전쟁 초기에 경상우감사 신분으로 왜군을 피해 전라도로 피신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는 그는, 훗날 광해군 시절에 손자 비(秘)가 옥사할 때 탄핵을 받고 관직을 박탈당하기도 한다.

어쨌든 귀신도 모르게 포로로 잡힌 소평태였기에 당시에는 조선군들 사이에서도 그 내막을 소상하게 아는 이는 드물었다. 전시에는 적을 죽이는 것만 해도 아주 큰 전공을 세우는 일인데 생포까지 했으니 실로 대단한 공적이 아닐 수 없었다. 나중에 그런 사실을 비변사가 고하자 선조는 시민을 통정대부에 올리도록 명하게 된다.

부산과 동래 등지에 있던 왜군이 김해로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수는 순식간에 2만~3만 명으로 불어났다. 그들은 김해를 떠나 창원으로 진격했다. 그것이야말로 바로 청사에 남아 전해지는 저 ‘제1차 진주성전투’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였으니 바야흐로 전운은 천지를 뒤덮어오고 있었다.

왜군을 이끄는 장수는, 장곡천수일, 목촌중자, 가등광태 등 모두 나름대로 쟁쟁한 십여 명이었다. 침공군은 2개 대로 나누어 노현과 안민현을 넘어 들어왔다. 노티재라고도 불리는 노현은, 북쪽으로 응봉산, 남쪽으로 비음산, 서쪽으로 정병산과 이어지는 고개인데, 관아 서편 40리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당시 왜군 기세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을 막아선 것은 경상우병사 유숭인 군사였다. 칠원현감 이방좌의 군사도 있었다.

휘하 장병들을 이끌고 진해에 도착하여 당항포싸움에서 패배하고 돌아오는 왜군을 맞아 이순신과 힘을 합쳐 무찌르기도 하는 유숭인. 그는 금강 줄기를 따라서 침입하는 왜군을 상대하여 직산현감 박의와 더불어 물리치기도 했다.

이방좌 또한 파란의 인물이었다. 임진전쟁이 끝나고 인조 임금 당시 저 유명한 ‘이괄의 난’을 일으킨 평안병사 이괄의 장인인 것이다. 난이 평정되어 결국 참수되고 말았지만, 그는 사위 이괄이 군사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자 주위 사람들에게, ‘사위의 올해 운이 한 번 외치면 만인이 응답하는 형상이라 나도 부원군이 될 것이다’라고 떠벌렸다고 전해진다. 아무튼 사람이 평생을 두고 살아가는 굽이굽이는 실로 계속해서 변화되는 만화경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유숭인이나 이방좌는 범상한 장수가 아니어서 왜군과 한번 겨뤄볼 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왜군에 밀려 물러나야 했다. 창원부가 점령되고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군사들은 기운을 잃고, 사민(士民)들은 둑처럼 무너져 낙엽 되어 흩어졌다. 적의 세력은 거센 비바람이 일시에 몰아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진주와 함안의 경계인 부다현을 넘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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