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후 '나 몰라라' 산지재해 왕왕 일어나
개발 후 '나 몰라라' 산지재해 왕왕 일어나
  • 경남일보
  • 승인 2014.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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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장마가 오는 것 같더니 미적지근하다. 그러나 갑작스런 소나기는 한 곳을 집중강타하고 있다. 이럴 때 산사태 등 산지재해는 발생확률이 높다. 비가 내리지 않으니 산이 무너지겠어 하는 방심으로 있다가 갑작스런 집중호우에 넋을 잃고 피해에 속수무책해지기 쉽다. 이런 지역이 우리 주변에 많다. 무리한 개발로 산지를 파헤쳤고, 도로를 개설하면서 주변 지형이나 지질 등을 파악하지 않고 산지를 잘라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긴급한 땅밀림산사태 발생으로 경북 영덕군에 위치한 한 도로비탈면 절개지를 조사했다. 물론 정밀한 안정성검토를 실시한 결과는 아니지만 도로비탈면을 무리하게 절개해 발생된 땅밀림산사태라는 것을 전문가라면 다 아는 현장이었다. 이런 현장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이런 일들이 계속 발생된다는 사실이다. 수년 전 이와 비슷한 경우가 김해에서 발생했었다. 그로 인해 피해도 컸고 또 복구에도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그 뿐인가. 수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산지에 너덜(돌무더기가 흘러내린 것처럼 깔려 있는 현상)이 길게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 경남지역에는 아주 많다. 그러한 지역에 도로가 개설되거나 절취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거의 대부분 산사태 및 땅밀림산사태 등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절취하는 공사 시에는 별 것 아니겠거니, 아니면 너덜이 주변에 펼쳐져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거나 주변 지형 등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고 절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럴 경우 무리한 산지비탈면 절취로 인한 도로 개설이 재해의 원인인데 책임은 산지부서로 돌리는 것도 큰 문제다. 산지가 안정성을 잃고 무너지는 것을 그 원인을 제공한 곳에서는 산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치다. 이런 핑퐁행정이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장을 여러 번 목격하는 입장에서 참으로 답답하고 암담한 현실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위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개발 시에는 그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고 개발을 해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뻔히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수천 년간 안정되어 온 산지하단부를 절취할 경우 안정성이 답보될 수 없음을 파악할 수 있는 지역의 경우에는 충분한 안정성 검토를 실시한 후 개발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나, 그러한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개발을 하는 것이 문제이고 또 그런 지역에서 문제는 여지없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그런 일들이 지속되고 있다는데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너덜이 산재한 지역에서는 너덜지역을 절취해서는 산사태나 땅밀림산사태 위험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눈에 보기엔 절취부에 너덜이 없다고 해도 주변 산지를 면밀히 조사해 보면 너덜은 낙엽이나 부엽토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상부산지를 조사하면 너덜은 드러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지역의 절취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장마는 늦어지고 있지만 소나기가 국지적으로 내린다거나 하는 징후는 국지적 집중강우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돌발성 강우 등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한다는 예증이기도 하다. 이럴 때 더욱 산지재해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산림당국이 산사태 위험지역 등에 대하여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하고 산지재해 발생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줄이고 예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동안 사방댐 등 산지재해 예방시설이 제역할을 잘 해 왔었다. 그러나 언제 올지 모르는 집중강우와 태풍 등으로 인한 이상강우에 대한 대비는 막상 닥치고 있는 관련 부서의 일만은 아닌 것이다. 아무리 잘 예방을 한다고 해도 엉뚱한 곳에서 엉뚱하게 개발을 진행한 곳에서 산지재해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그 산지를 관리하지 못한 사람이나 부서에게 돌아갈 것이 뻔하다. 부처이기주의라는 말처럼 관련 부처 간의 협력과 이해가 잘 맞지 않은 문제들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이런 일들로 발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앞서 말한 예도 그러한 일들의 한 예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이 많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매년 여름철 수해 등 산사태 등 산지재해는 증가추세에 있고,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강력한 재해경고를 곳곳에서 우리는 경험해 왔다. 그런 경험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발 시 문제 발생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모른다는 것을 모른 채 무작정 개발에만 앞장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박재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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