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과와 용서
진정한 사과와 용서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개인이든 조직이든 때론 크든 작든 실수를 하게 마련이지만 문제는 실수에 대한 사과가 미흡하여 오히려 반감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정치인, 공직자, 기업인들의 사과를 접한 국민들이 적반하장이라고 분노를 일으키면 당사자들 대부분이 ‘진의가 잘못 전달되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전달방법의 오류도 미리 예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과는 용서를 받기 위해 하는 것인 만큼 사과의 내용, 절차, 시기, 진정성 모두 신경을 기울어야 한다.

김호와 정재승은 ‘쿨하게 사과하라’에서 사과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과의 앞뒤로 변명을 하지 말고 ‘무엇이 미안한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유감 표현을 넘어서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개선 의지나 보상 의사를 표현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한 다음에 용서를 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약속을 어겼을 경우에 ‘제가 약속을 까먹는 바람에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다음에는 꼭 약속을 지키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용서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용서를 청함으로써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상대방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실패한 인간’으로 낙인찍히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차마 용서를 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과를 통해 용서를 구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용서를 받을 수 있다.

신속한 사과와 윤리적인 대응으로 시장신뢰를 회복한 기업 사례가 있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존슨 & 존슨사의 ‘초강력 타이레놀’ 제품을 복용한 7명이 사망했을 때 회사는 즉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처하였다. 미국 전역에서 가격으로 총 1억 달러어치에 해당하는 3000만 병의 제품을 회수해 폐기처분했고, 연방조사단의 조사에 적극 협조했으며, 기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 결국 정신병자가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투입한 것으로 진상이 밝혀졌고, 이 사건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큰 금전적 손해를 입었지만 장기적으로 존슨 & 존슨사는 기업윤리의 대명사가 되어 존경 받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반면에 1991년 생수업체 페리에는 실수로 제품에 벤젠이 들어갔으나 사실을 부인하다가 나중에 공정상의 하자가 드러나서 결국 생수시장 1위 자리를 에비앙에게 빼앗기고 결국에는 네슬레에 합병되어 역사에서 사라지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유대인 학살에 대해 무릎 꿇고 진정한 사과를 하는 독일과 비교하여 일본의 언행은 국제적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과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부인을 하고 끊임없이 망언을 쏟아내면서 일본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고 있고, 평화헌법 개정과 자위대 해외파병은 또다시 군국주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다른 나라를 침략함으로써 끼친 어마어마한 피해에 대한 반성보다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입은 피해만 강조하며 마치 자기들이 전쟁 피해자인 양 행동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아시아 이웃 국가들을 무시하는 일본의 태도는 마치 어린아이가 응석(아마에)을 부리는 행태이다.

조그만 오류가 점점 확대되어 결국 전체를 망치게 된다는 ‘깨진 유리창 법칙’처럼 실수에 대한 부정과 반성하지 않는 자세는 이미지에 악영향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놓고도 말들이 많은데, 처음부터 피해를 입은 상대방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화끈하고 솔직한 사과만이 진정한 용서를 구할 수 있고 전보다 더 큰 신뢰를 얻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