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언제까지 갈라져서 살텐가
사천시, 언제까지 갈라져서 살텐가
  • 이웅재
  • 승인 2014.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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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서부권본부 차장)
민선 6기 사천시의 새 수장이 들어왔다. 송도근 제9대 사천시장은 어제 사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4년 간의 임기를 시작했다. 송 시장은 취임 선서에 앞서 시민 앞에 큰절을 올리며 ‘섬김 시정’의 출발을 선언했다. 섬김의 대상인 시민불편을 고려했음인지 취임행사도 깔끔히 진행됐다. 태산 같은 할 말을 시정지표와 시정방침에 압축해 담았다. 송 시장이 이끌게 될 민선 6기 사천시정은 ‘시민이 먼저’이다. 시정방침은 ‘시민섬김 열린시정’, ‘탄탄한 지역경제’, ‘매력있는 해양관광’, ‘웃음주는 희망복지’, ‘꿈을 여는 명품교육’으로 설정됐다. 인구 20만 강소도시 사천건설이 송도근 시장이 나아갈 길이다.

치열한 선거전을 거쳐 당선의 영예를 안은 송 시장은 도시계획 전문가로 널리 소개되고 있다. 중앙정부 건설교통부 관리관 역임의 경력은 이의 방증이다. 송 시장은 후보시절 사천시의 침체를 두고 성장 잠재력을 키우지 못해서라고 진단했다. 사천이 가진 여건만 잘 활용해도 강소도시 사천 건설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이런 송 시장도 사천시민의 진정한 통합을 논할 때는 곤혹스러워한다. 증이 굳어 병이 되어버린 심각한 상황에서 단방에 듣는 묘약을 찾는 것은 중앙 최고위직을 경험하고, 3차례에 걸쳐 사천시장에 도전한 그에게도 쉽지 않아 보인다.

통합 사천시가 출범한지 20년이 됐다. 1 더하기 1이 2가 되어도 불만인데 1.5의 효율도 내지 못하면서 통합의 당위성을 잃고 지내온 세월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사천·삼천포 시민들은 1995년에 머물고 있다.

통합 사천시의 이상기류는 사이 나쁜 시댁과 친정처럼 서로 간 앙앙불락(怏怏不樂)하다가 결국 시민체육대회를 실종시키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축제를 해도 사천·삼천포 지역민 간의 교류는 없다시피하다. 사남면에서 열리는 사천축제(항공엑스포)는 사천사람이 찾고, 동서동에서 열리는 삼천포축제(타악축제)는 삼천포사람이 즐기는 행사로 인식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양 시·군 통합의 산물인 와룡문화제는 경계지역 용현 선진에 자리를 틀면서 사천시 대표축제들의 모양새가 참으로 이상하게 짜여 버렸다. 축제 하나만 두고도 이럴진대 사천시 전체의 구조적 모순은 사회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요구될 만큼 심각하다. 대다수 시민도 알고 개선을 주장하지만 구호에 머문지 오래다. 잘못된 현실을 고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오늘날 기성세대의 교류가 어렵다면 내일의 주역인 미래세대에서 가능한 답이라도 모색해야 한다. 언제까지 이 상태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합 사천시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양 지역민의 생활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 사천사람은 사천사람끼리 어울리고, 삼천포사람은 삼천포사람끼리 어울려 지내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부족하지만 불편하지는 않은 일상이 고착되면서 교육과 의료, 문화에 대한 갈망은 어차피 대도시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알고 있던 이웃도 아니고, 알지 못해도 불편하지 않은 이웃을 굳이 사귀어야 할 이유를 찾기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지역갈등은 고질이 되고 말았다.

송 시장은 당선 직후 “지역을 보지 않고 일을 보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승진 때 출신을 따지면 능력자가 배제되고, 지역을 따져 사업예산을 분배하면 시 전체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송 시장은 “잘못된 일회성 예산집행을 따지기보다는 잘못된 사업계획이 수립·집행되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사천시민의 진정한 통합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 단기 성과에 급급해서는 지난 날의 과오를 벗어나지 못한다. 서둘거나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여 될 일이었다면 벌써 되었을 터, 승거목단 수적석천(繩鋸木斷 水滴石穿)의 자세와 신념이 필요하다. 항공산업과 해양관광산업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천시민의 화합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시민이 우선’, ‘섬김 시정’을 주창하며 출범한 민선 6기 사천호가 사천시민의 갈라진 마음을 하나로 묶는 일도 시정의 맨 앞자리에 두길 바란다.
이웅재 (서부권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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