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전쟁
스토리 전쟁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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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청 (시인·진주제일여고 교사)
오늘날 각종 매체가 발달하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말들과 이야기가 양산되고 충돌하면서 확산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떤 스토리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과 예기치 못한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스토리의 성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대개 주인공이 몰락하거나 어느 한쪽이 패배할 때까지 끈질기게 살아 움직인다. 이렇게 끈질기게 살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어찌 구경꾼으로서 대중의 관심이나 호사심리에만 있겠는가. 오히려 그러한 스토리를 생성하는 특정 집단의 의도나 의지가 더 큰 동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SNS를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은 피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다. 곳곳에서 스토리의 대세를 장악하기 위한 온갖 변칙과 술수가 판을 치고 있다.

그때그때의 이슈에 따라 각종 매체에 떠돌아다니는 말들의 동기는 우리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그 동기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크게 보면 자신이 신봉하는 관념이나 이념을 전파하거나 남을 비난함으로써 득을 보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어떤 사람들은 은밀하게 위장하여 드러내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치고 빠지는 식으로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특히 여론에 따라 흐름이 조변석개하는 그런 판에서 흐름을 선도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정공법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위장하거나 때로는 은근슬쩍 끼어들어 기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이러한 위장과 끼어들기가 때로는 훨씬 효과적일 경우도 많다. 얼굴 없는 말들이 스토리의 자양분이 되어 결정적인 흐름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말이나 스토리의 절정에 서 있지 않고 주로 경계에서 얼쩡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집단이든 겉으로는 늘 바람직한 포즈를 취하지만 조직의 진정한 통합을 원하지 않는 은밀하게 위장된 하이에나가 존재한다. 이들의 특징은 공개적으로 시비를 걸거나 비판하는 정공법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은근히 흘리는 방식으로 누군가를 부추기고 자극하여 종래에는 서로를 할퀴고 물어뜯게 만든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싸움을 붙이고 난 다음에는 철저히 비평하는 입장에 서기 때문에 속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싸우는 원인이 항상 서로 손가락질하고 자기들이 밀고 당기는 그 문제에 있는 줄 안다. 본질은 사라지고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 문제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 의논을 하겠는가. 싸움을 위해 그 문제를 점점 확대할 것이 뻔하다. 그들은 범죄행위가 탄로 나더라도 조직을 위한 행동이라고 떳떳하게 강변할 것이다. 오히려 대놓고 싸우는 당사자를 평가하고 그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악성 스토리를 양산하고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이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는 이처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분명 악성 스토리를 만들고 확대 재생산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대개 스토리는 사실에 기반한 말들의 집합으로 생겨나지만 일단 스토리가 자리잡기 시작하면 스토리의 형성과 진화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그 진행 방향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의견을 달리하는 각종 매체와 개인들이 서로의 입장에 따라 약간의 변주와 첨삭을 가하면서 대중들의 호사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생겨나서 성장하는 각종 이야기는 탄생과 소멸까지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다. 설사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확산과 변주에는 집단적 의도가 개입되기 마련이다. 인터넷이나 카톡을 떠도는 괴담이나 정치담화 및 댓글을 한번 보라. 그 많은 이야기들이 마치 주종관계를 형성하듯이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과장과 왜곡은 너무 당연하다. 이야기에도 주종관계가 너무 분명하여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 의도를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다. 본인이 믿지 않는 경우에도 그 의도를 좀처럼 배반하지 않는다. 정말 희한한 근성이 아닐 수 없다.

하재청 (시인·진주제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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