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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렁구부렁 인생길처럼 이어지는 길생명의 터전 지리산 둘레길 <9> 방광마을 산동마을
최창민/강동현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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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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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처럼 굽이치는 구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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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방광∼산동마을 구간은 거리 13.2km에 휴식포함 5시간 10여분이 소요된다.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에서 산수유마을 산동면을 잇는 둘레길이다.

코스는 방광마을→참새미골→대전리 석불입상→당동마을→난동마을→지초봉임도→구리재→탑동마을→서시천→효동마을→원촌마을→산동면 주민센터.

▲이 구간의 기준은 ‘구리재’라는 큰 재이다. 구리재는 구렁이, 뱀의 경상도 사투리로 뱀이 움직일 때 모습처럼 구불구불 재까지 이어진다는 뜻에서 온 것이다.

재의 시작은 난동마을에서부터이며 정상까지 1시간 50여분이 소요된다. 재를 넘어 도착할 때까지 약 8km에 달하는 큰 재이다. 실제 길기도 길 뿐 아니라 구부렁구부렁 이어지는 길이 구렁이가 기어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굽이치는 길 곳곳에 트여 있는 전망은 힘듦과 지루함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한 것이다.

앞서 지리산 노고단 산기슭 좋은 위치에다 집을 짓고 마을을 형성한 화가마을은 둘레꾼들의 눈과 감성을 자극한다. 또한 광의면 온당리 난동마을 산기슭에 있는 400년 된 7∼8여 그루의 소나무는 수형이 특이할 뿐 아니라 거기서 바라본 전망도 아름답다. 언덕에서 멀리 넓은 들, 큰 강줄기의 풍광을 굽어보면 이 세상의 흔한 풍광이 아닌 듯도 하다.

이 소나무 언덕은 옛사람 초립둥이의 휴식공간이기도 했을 테고, 구름처럼 흘러 떠도는 심약한 나그네의 마음을 보듬어 준 힐링 공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오전 9시 19분, 방광마을 앞 늙은 느티나무 3그루는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마을 풍치목이다. 보호수로 지정돼 있으며 정월 대보름날 밤 마을이장이 제주가 돼 마을의 태평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다.

제일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에 제단이 마련돼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마을청년회, 여성복지회관 노인당, 마을회관이 동그랗게 위치해 있다. 모두 별도의 건물일 정도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부자마을이라는 인상이다. 판관이 살았던 곳이라는 의미로 ‘판괭이’, 그것이 바뀌어 방광이 됐다 한다. 828년 신라 흥덕왕 3년 때 이 마을 뒷산에 있는 천은사 창건 시 형성된 자연마을이다.

담쟁이넝쿨이 돌담을 뒤덮은 마을길 사이를 벗어나면 아스팔트 도로가 나오고, 새 단장을 하고 있는 계곡쉼터 참새미마을로 들어간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손님을 맞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작은 계곡에 중장비가 들어가 흙을 파내고 웅덩이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계곡을 흐리는 흙탕물이 반갑지는 않다. 다가올 여름, 사람들의 힐링 공간이 될까 의심스럽다. 길은 흙탕물 이는 계곡 건너 2기의 무덤 앞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 작은 재를 넘어간다.

오전 10시 21분, 최근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정자와 목교가 있는 쉼터를 만날 수 있다. 목교 아래 계곡물은 바로 아래 저수지에 모인다. 수량은 적지만 물 한 방울이라도 가둬 농삿일에 쓰고자 하는 농업당국의 의지로 보인다. 계곡 건너서 모롱이를 돌아서면 곧바로 오른쪽에 대전리 석불입상이다.

전남 구례군 광의면 대전리 일명 미륵골에 있는 석불로 ‘광명으로 인의에 따라 중생을 다스린다’는 높이 2m짜리 비로자나불상이다. 목이 잘려 다시 붙였으나 그마저도 눈·코·입이 훼손돼 얼굴의 형태를 잘 알아볼 수 없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기도하는 모습인데 풍만한 볼에서 얼핏 소박한 미소가 비친다.

머리에 소라형태의 나발, 정수리에 육계, 주름 잡힌 법의, 좌대의 연꽃무늬 등이 표현돼 있는데 통일신라 양식을 이어받은 고려 초기 불상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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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민물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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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마을 언덕에 위치한 소나무군.


당동마을 논밭을 가로지른다. 이미 땅심을 받은 벼논에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논고둥이 있어 일하던 주민께 물었더니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것’이라 했다. 우렁이는 논의 잡초나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손이 갈 일도 별로 없고 굳이 농약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는 “수확량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보충설명까지 해주었다.

구례 예술인마을, 일명 화가마을을 지난다. 화가마을은 지리적으로 풍광이 빼어난 곳이다. 노고단 자락 수려한 언덕에다 전면 드넓은 들녘, 마을 앞에 작은 호수(저수지)가 있다. 삼국시대부터 5대악의 하나로 꼽힌 지리산 노고단 남악제단의 줄기에 위치한 최고의 명당으로 꼽는다고 한다. 건축물은 다양하고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서울 소재 유명대학의 미술대학원 교수, 화가 등 30여명 30가구가 입주해 작업을 하고 있다. 길은 화가마을 뒤뜰로 향한다. 산등성을 옆으로 돌아서 내려서면 논 사이 임도를 지나 난동마을 앞 난동길 아스팔트 도로를 만난다.

매실 10kg을 따서 힘겹게 집으로 향하는 할머니는 “올해 매실농사는 돈이 안됐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끝물 매실인데 엑기스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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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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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재 8부능선 정자.
오전 10시 46분, 난동마을 산기슭에서 소나무 군락 보호수를 볼 수 있다. 400년 된 소나무군은 수형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과거 이 마을 사람들의 쉼터였던 것 같다.

곧 8회차 출발지인 오미마을 용두재에서 갈라졌던 둘레길 난동마을 뒷길과 합류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오름길이다. 이 구간의 압권이자 가장 힘들고 지루한 일명 구리재의 시작이다. 시멘트 임도와 흙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데, 무더운 날씨로 한껏 달궈진 시멘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주변의 울창한 숲도 시멘트 열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본격적인 오름길, 구리재는 지루하고 후텁지근하다.

사단법인 숲길에서 설치한 ‘벌 주의’, ‘낙석 위험’ 안내판과 유난히 많은 물까치의 화려한 군무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물까치는 사람을 별로 경계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

물에 사는 가재 한마리가 제 발로 기어 올라온 것인지, 누군가의 손에 잡혀 올라온 것인지 길가에 뒹구는 모습은 생경하다.

오전 11시 35분, 출발 후 7km지점. 이 구간의 절반 지점인 구리재 8부 능선에서 정자를 만난다. 산동은 6.2km가 남았다. 그러고도 길은 끝없이 돌고 또 돌아 마루금의 끝 구리재에 선다. 이때부터 내림길이다. 길은 올랐을 때처럼 돌고 돌아 고도를 한껏 낮춘다.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계곡의 물소리가 쫄쫄거리며 들리면 둘레길은 임도를 벗어나 숲길로 방향을 튼다.

낮 12시 30분, 계곡의 자투리 작은 공간에서 휴식과 점심을 해결하고 1시 40분에 하산 길을 재촉한다. 오후 1시 50분, 용도를 알 수 없는 대형 한옥건물이 나오고 그 앞을 지나 계곡 건너서 탑동마을로 향한다. 300년 수령의 소나무가 올해는 초록잎을 피우지 못하고 죽어 있었다. 사방공사로 인해 수맥이 끊기면서 생명의 끈을 놓아 버린 것으로 보인다.

산동 일대 탑동마을엔 산수유마을답게 산수유 지천이다. 남국의 태양을 받은 초록열매가 살을 찌우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탑동마을 중간 어디쯤에 낡디낡은 석탑이 하나 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무슨 용도인지 흔한 안내판 하나 없는 그렇고 그런 석탑인데, 이 마을의 이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몸돌에 새긴 석불좌상과 상륜부에 새긴 연꽃무늬만이 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오후 2시 15분, 지리산 온천랜드로 가는 큰 길을 만나서 섬진강 지류 서시천 위 효동교를 건너가면 효동마을이다. 서시천은 섬진강 수계 제1 지류로 길이 24㎞이다. 구례군 산동면 위안리에서 시작해 광의 용방 마산면 구례읍을 거쳐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이른바 구례분지의 젖줄이다.

효동마을에서 왼쪽 길을 택해 논과 산기슭 사이 부촌길을 따르면 구간 종점인 원촌마을 산동면 주민센터에 닿는다. 오후 2시 30분.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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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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