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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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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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저당권 설정비용을 대출자에게 부담시키는 약관이 무효임을 이유로 금융기관을 상대로 설정비 반환을 구할 수 있을까?



금융기관이 대출자(고객)에게 대출을 해 주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할 때, 이에 소요되는 설정비용을 고객(대출자)과 금융기관(근저당권자) 중 누가 부담해야 할까? 수익자 부담원칙에서 보면 금융기관이 대출로 별도 이자수익을 얻고, 자신의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는 만큼 금융기관에서 이를 부담함이 타당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에 대출시 대출자에게 근저당권설정비용을 사실상 부담시키는 약관은 불공정 약관에 해당될 소지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개선권고명령을 내리면서 표준약관을 제정해 이의 사용을 권장하는 처분을 하였다. 그러자 기존에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부담했던 대다수 고객들은 금융기관을 상대로 여러 지방법원에, 대출자에게 사실상 근저당권설정비용을 전가시킨 기존 약관은 불공정약관으로 무효이므로 기존에 납부한 근저당권설정비용을 반환해 달라는 여러 건의 집단소송(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이다.’ 동조 제2항은 ‘약관의 내용 중 고객에서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소송에서 각 하급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기도 하고, 기각하기도 하는 등 각 재판부마다 각기 다른 결론을 내렸다. 원고 승소판결을 한 재판부는 ‘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경제적 약자인 대출자에게 근저당권설정비용을 일방적으로 사실상 전가시키는 약관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금융사는 고객들에게 부당이득으로 설정비용 상당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게 주된 요지였다. 반면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약관이어야 되는데 약관은 고객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데, 당해 사건의 근저당권설정비용 부담약관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하여 ‘채무자’, ‘설정자’, ‘채권자’란으로 나누어 각 난의 □란에 √ 표시를 하게 하여 고객의 개별적으로 선택하여 약정(‘이 사건 선택형 부담조항’)’할 수 있게 하고, 금융기관(채권자) 부담란을 선택했을 경우엔 가산금리를 받거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는 조건이 결부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는 ‘약관’이 아니라 ‘개별적 약정에 따른 선택의 결과’라는 이유를 근거로 한다.

이러한 상반된 여러 하급심 판례를 정리하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다. 대법원은 근저당권설정비 부담조항도 약관에 해당되고,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라고 보기 위해서는, 그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 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선택형 부담조항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 사건 표준약관 개정 전후의 사정, 비용부담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과 그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불공정약관 및 표준약관 등에 관한 법 규정의 내용 및 입법 취지 등의 여러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택 부담형 부담조항을 폐지하고 이 사건 개정 표준약관에 대한 사용권장 처분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선택형 부담조항이나 이와 동일한 비용부담조항이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약관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가 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2148543 판결)하여 결국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노경환 변호사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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