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習)주석이 남기고 간 말들
시(習)주석이 남기고 간 말들
  • 경남일보
  • 승인 201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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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지난 7월 4일 중국의 국가주석 시 진핑(習近平)이 이틀간의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였다. 꽤나 의미 있는 방문이었다. 정상회담에서는 한·중간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구축방안을 내놓았다. 시 주석은 박대통령의 드레스덴구상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히고 한반도에서의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하기도 했다.

일본문제에 대해서는 아베정권이 고노담화를 훼손 폄하하려는 시도에 유감을 표시하였고 집단적 자위권행사에 대헤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이 대북정책을 잘못 다루면 북핵문제 해결에 국제공조가 깨질 우려가 있다는 점도 밝히면서 내년 광복 70주년행사는 한·중이 공동으로 개최하자는 제안도 하였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그러나 필자는 시 주석이 서울 대학에 가서 강연한 내용과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나눈 대화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싶다. 정상간의 공동성명보다는 한결 솔직하고 시 주석이 품고 있는 생각의 진수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서울대학에서의 강연에서 일본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하였다. 강연 첫마디부터 대일항전에 대한 얘기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는 김구 안중근 윤봉길의사의 이름을 거명하며 일본에 맞서 싸웠던 양국의 역사를 강조했다. 일본의 야만적인 침략전쟁에 의해 양국은 큰 고난을 겪었다고 하면서 간담상조(肝膽相照:간과 쓸개를 내 보일 정도로 친한 관계)라는 말로 양국간의 우의를 표했다. 이어 그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등자룡(鄧子龍)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장군과 함께 전사한 사실을 가리키면서 “명나라 장군 진린(陳璘)의 후손은 오늘까지도 한국에 살고 있다”고 까지 말했다. “이익보다 의(義)를 더 중시해야한다”라는 충고도 했다.” “백금으로는 집을 살 수 있고 천금으로는 이웃을 살 수 있지만 좋은 이웃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다”라는 말도 했다.

시 주석의 이 말은 무엇을 말하는가? 한·중관계는 뗄려야 뗄 수 없는 역사적 맥락을 지니고 있음과 그 가해자는 일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서 한 얘기도 우리에게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정 의장은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한중일 역사연구공동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의하였다. 이에 시 주석은 지난날 양국의회 지도자들이 공동으로 “일본에 대해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중국에서는 과거를 잊지 않으면 뒷일에 교훈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는 말로 화답하였다고 한다.

시 주석이 행한 이런 일연의 발언을 보면서 필자는 시 주석의 방한이 순전히 일본의 역사왜곡과 군국주의적 망상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에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한·중공조로 일본의 도발에 적극대처하자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졌다는 얘기다.

작금에 일본이 하고 있는 양태를 보면 주변국가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인 것이 사실이다. 일본은 자신들의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다, 난징(南京) 대학살사건에 대해서도 발뺌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위안부도 발뺌이요 독도는 아예 자기네들 땅이라고 우긴다. 한·일합방도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니 차제에 아예 시 진핑 주석이 말하는 것처럼 한중의 공조체제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쐐기를 박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심정이다.

일본이 재무장 하려는 것에 대해 미국이 찬성하는 이유도 우리는 모르는 바 아니나 미국은 과거 일본의 야만적인 침략에 의해 피해를 당한 국가 국민의 심정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한국의 분단도 궁극적으로는 일본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그들이 패전의 책임으로 받아들인 평화헌법을 무시하고 재무장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역사부정임이 분명하다. 중국의 시주석이 한·중 양국은 역사적으로는 맹방이었고 현대에 와서는 동병상련의 이웃국가이니 만큼 이(利)를 떠나 의(義)로 일본에 대처해 나가자는 간곡한 말에 대해 우리는 거부할 명분이 없다. 이(利)는 이대로 살리고 의(義)는 의대로 지켜 나가는 길은 없을까?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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