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묻지 말기
“너는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묻지 말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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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부 교수)
꼬마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중 가장 난감했던 일은 장래희망을 적는 거였다. 꼬마가 적었던 첫 번째 장래희망은 태권도 관장이었다. 그때만 해도 태권도를 배운 적도 없는데 왜 태권도 관장을 썼는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지만, 그때 태권도 관장을 적어내면서 혹시라도 태권도를 배운 적도 없는 꼬마에게 태권도를 시킬까봐 괜한 걱정에 괄호에 태권도 배운 적 없음이라고 적어 넣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새롭다. 다행스러운 일은 꼬마의 장래희망이 초등학교 입학 전날 책 한권을 읽고 정해진 이후 변화가 없어 누가 물어 와도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먼 베순과 같은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치료도 해주고, 자기와 같은 중이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중이염을 고치는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한 꼬마가 기특하고 대견하지만, 아직 미래를 꿈꾸기엔 부족하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꼬마에게 점차 자신의 현실과 자신의 능력에 맞는 자신의 꿈을 꿈꿀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 자신이 꿈꾸는 꿈이 실현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하나씩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현해 나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스스로 깨닫게 되는 생각과 습관을 익혀야 하는 힘겨움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부모인 내가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고 또 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꼬마에게 살아가는 것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슬프고, 화나고, 즐겁지 않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런 세상을 견뎌내야만 자신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적나라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알려주어야 할 것이다. 살아가는 것이 힘들 때에도 지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야만 자신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게 해 줘야 할 것이다. 부모는 힘겨운 일에 함께해 줄 수 없지만 언제나 가까이 서서 지켜봐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것이다. 이게 현실이라는 것도 알려줘야 할 것이다.

단지 부모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입혀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오늘날 부모가 해야 하는 일이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더 적나라하게 아이들에게 끊고 맺는 하나의 선으로 예전의 우리의 삶과 다른 어려운 삶을 견디며 살아야만 한다고 내던지는 것 같아 안쓰럽지만 아이들이 견뎌야 하는 세상이 더 복잡한 만큼 부모역할 또한 더 어려워 나 또한 무섭고 두려울 때가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부모의 역할에 대해 우리 부모들도 스스로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여 부모 스스로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너는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어렸을 때 참 많이 듣던 질문이다. 커서 뭐가 될지 알면 얼마나 좋을까. 커서 뭐가 될지 모르니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불안하고 지금 이 순간이 짜증나고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같은 질문을 한다. “커서 뭐가 될래?”라고…. 가끔 어른들은 아이들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을 때 “커서 뭐가 될래?”라는 말로 아이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낸다. 이제부터는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묻지 말고 “어디에 관심이 있니?”, “요즘 뭐 하니?”, “뭐 하고 싶니?”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방향을 생각하고 부모와 어른들이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질문이 변하고, 생각이 변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한우 (한국국제대학교 사회복지상담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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