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66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66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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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1. 오고 있다
시민은 충의군의 군관 60여 명을 선발하여 교대로 성내를 순찰케 하면서 경계를 엄하게 했다. 그러고는 시민 자신도 수시로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며 사정을 살펴 물샐 틈 없는 방어태세를 총점검했다. 그것을 본 수성군은 시민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장군이 계시는 한 절대로 성은 함락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때문에 군사력이 약해진 풍신수길이가 저희 본토에서 세력을 잃을 날이 반드시 오고 말 거야.”

왜군에게 패한 경상우도병마절도사 유숭인이 시민에게 온 것은 그런 와중에서였다. 단필 말을 타고 온 그는 성 안에 들어와 같이 지키기를 원했다. 패전한 장수의 몰골은 하늘 아래 다시없을 정도로 진정 암담하고 비참했다. 조선 군사들이 수군거렸다.

“그렇다고 저렇게 달라질 수가 있을까?”

“그러니 총칼에 눈이 달려 있지 않은 전쟁이라고 하지 뭐겠어?”

그는 사천현감 정득열, 가배량권관 주대청과 함께 노현에 주둔하고 있었다. 본관이 하동인 정득열은 비변사의 관료들이 무신들을 추천할 때 관찰사 강섬의 천거를 받고 등용되었다. 그러다가 전쟁이 일어나자 민병 300여 명을 모아 유숭인 부대에 합세한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진주성으로 진격하던 3만여 명의 대군에게 격퇴 당했다. 그리하여 할 수 없이 창원성으로 퇴각했지만 그 성마저 왜군 수중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 두 전투로 사망한 조선군은 1400여 명에 달했고, 말을 탄 사람은 유숭인 하나뿐이었다.

함안군수로 재직 중 조일전쟁을 당한 유숭인. 그가 이룬 전공도 적지는 않았다. 성이 왜군에게 포위당하자 군인과 민간인을 모아 고수하고, 곽재우 의병에게 진로를 차단당한 왜적을 추격하여 47급을 참획했다. 또한 휘하 장병을 거느리고 진해에 이르러, 당항포 싸움에서 패하고 밀려오는 왜군을 막아 이순신과 협공, 그들을 물리쳤다. 이어서 금강을 따라 침입하는 적을 막아, 직산현감 박의와 더불어 격파하였다.

그런 여러 차례의 전공으로 경상우도병마절도사에 특진했던 유숭인의 참담한 최후. 그 이면에는 진주성을 꼭 지킨다는 불가피한 선택이 있었다. 시민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병마절도사가 성에 들어오면 이는 곧 주장(主將)이 바뀌는 것이니, 반드시 통솔하는 방법이 어긋나서 서로 합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내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때 시민의 귀에 연지사 종소리가 들려왔다. 왜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성 안으로 옮겨놓은 종이었다. 그 훌륭한 종을 보면 왜군은 환장을 하고 약탈해 가려고 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저 종이 지금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를 일깨워주고 있구나!’

마침내 시민은 독한 마음을 먹고 유숭인에게 말했다.

“적병이 이미 가까이 와 있습니다.”

그러자 유숭인이 더한층 조급한 모습으로 성곽 위를 올려다보며,

“그러니 어서 성문을 열고 나를 구해주게.”

까마귀 몇 마리가 유숭인의 머리 위를 빙빙 돌며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까마귀들을 노려보며 시민이 말했다.

“성문을 엄하게 지켜야 마땅할 터, 섣불리 잘못 열었다간 창졸간에 무슨 화를 당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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