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스트레스
자녀 양육스트레스
  • 경남일보
  • 승인 2014.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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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말임 (수필가·어린이집 원장)
“양육스트레스유? 그것이 뭔대유?” 순복이 엄마의 뜨악한 얼굴에 할 말을 잃고 재차 설명을 해야 했다. 양육스트레스에 관련된 논문자료를 수집하다가 순복이네를 떠 올리며 ‘옳다구나’ 싶었다. 자녀가 여섯 명이나 되는 사람이니 양육스트레스로 숨 넘어 가겠노라는 푸념이 절로 술술 나올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런거 없시유~. 저덜찌리 다 알아서 커는데유 뭘….” 순복이네를 볼 때마다 속으로는 ‘돼지 새끼 치는 것도 아니고 어쩌자고 계속 낳을까’ 하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저런 대답을 듣고 보니 천하태평인 것인지, 바보인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남들은 하나, 둘 키우기도 어렵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양육스트레스가 뭔대유?’ 하는 대답을 듣자니 풀석 웃음이 나온다.

‘양육스트레스가 뭔대유~’ 해도 순복이 엄마가 아이들한테 욕 퍼부으며 닦달하는 걸 보면 저러고 어찌 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면서도 자식 키우는 게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한테 굳이 ‘욕 퍼붓는 것이 다 양육스트레스 땜시 그런겨~’라며 우길 수도 없는 일이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이 쏟아지듯 자식들 한테서 행복이 와르르 쏟아지는 것이라 믿으며 살겠거니 한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다섯, 여섯은 보통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자녀를 키울 만한 환경이 안 된다는 데에서 양육스트레스가 발생한다. 대가족 구성에서는 자녀양육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다. 조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은 인성교육을 따로 시키지 않아도 그 가정의 가풍이 대물림되었고, 삼촌 고모 이모 등의 인척관계 속에서 예의범절과 사회성 교육은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체득되었다. 여러 식구들이 서로 돌봐주어서 낯가림도 심하지 않았다.

순복이네 가족들이 야외놀이라도 한번 가려면 봉고차가 필요했다. 그 가족이 여덟 명에 할머니·할아버지 다 움직일 때는 봉고차가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데도 10인용 전기밥솥으로는 부족했다. 영업집에서 쓰는 솥단지에 밥을 지어야 하고 찌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달걀프라이는 제대로 모양내서 해본 적도 없고 양푼에 툭툭 깨서 야채 넣고 부치든지, 찜이라야 했다. 삼겹살도 하나씩 뒤집어 노릇하게 구워서 먹기엔 꼴까닥 해를 넘겨야 가능한 일이다. 야채 넣고 고추장 양념에 재웠다가 커다란 냄비에 들들 볶아야 양껏 먹을 수 있다. 김치볶음도 두어 포기는 숭덩거려야 한 끼를 먹는다. 그래도 밥상 앞에서는 연신 웃음꽃이 만발이다. 스트레스를 다 날리고도 남을 만큼 행복해 보이는 정경이다.

내 아들이 아이를 여럿 낳겠다고 한다면 글쎄, 며느리가 순복이 엄마처럼 양육스트레스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인지 아닌지,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박말임 (수필가·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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