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69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69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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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1. 오고 있다
아직은 새도 날지 않을 이른 새벽녘이었다. 왜군은 대탄으로부터 세 부대로 나누어 까맣게 산야를 뒤덮으며 내려왔다.

한 패는 진주성 동문 밖 순천당 위에 진을 쳐서 성을 내려다보고, 한 패는 개경원에서 똑바로 동문 밖을 지나 봉명루 앞에 줄지어 섰고, 한 패는 향교 뒷산으로부터 곧장 순천당이 있는 산을 넘어서 봉명루의 패거리와 더불어 기세를 합쳤다. 그 밖에도 각 봉우리에 둘러서 있는 왜군은, 벌이 집을 짓듯, 개미 떼가 모여 있듯 했다.

지난 9월 하순 경, 김해와 부산포, 동래 등지에서 세력을 합친 왜군 3만 명이 김해를 떠나 창원을 향해 진군해 옴으로써 그 서막을 올린 진주성 전투였다.

10월 초, 진주와 함안의 경계에 있는 부다현을 넘어와 반성창(班城倉)을 불사른 뒤 소촌역까지 진출하고, 또다시 강변 벼랑 위에 있는 정자인 임연대 부근 일대로 들어온 그날, 남강은 도하하는 왜군들 발에 무한정 더럽혀졌고, 그 선봉 1천여 기(騎)가 마현(말티고개)에 올라 진주성 동태를 살피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성을 노리고 있는 왜군을 지휘하고 있는 저쪽 주요 장수와 예하 병력은 이러하오.”

수성장 시민이 지휘소 촉석루에 불러 모은 수성군 장수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장곡천수일 5천, 목촌중자와 장강충흥이 각각 3천 5백, 가등광태와 소야목중승이 또 각각 1천, 목촌정현 7백 5십, 강본중정 5백, 조옥무칙 2백, 그리고 태전일길 백 2십, 그렇게 해서 도합…….”

과연 정경운이 저 <고대일록>에서 ‘왜적이 진주 경계로 들어왔는데 수미(首尾)가 백여 리에 뻗쳤다’고 기록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대병력이 아닐 수 없었다. 시민은 진주성이 견고하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포위되면 양식이 가장 문제라고 보았다.

하지만 부하 장졸들에게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 시민은 동문, 서문, 남문, 구북문, 신북문 등 다섯 성문이 있는 곳으로 쭉 눈길을 보낸 후에,

“우리 척후병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왜적들 행렬은 실로 기기묘묘하기 그 짝이 없는 것 같소이다.”

하고는 마지막으로 거기 촉석루 아래에 있는 암문(暗門) 쪽을 내려다보았다.

진주성 성문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동문과 서문 등의 다섯 문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외부에서 알아보기 쉽지 않도록 꾸며 은밀하게 드나들 수 있게 만든 비밀문과도 같은 그 암문도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배수(排水)를 위한 수문(水門)이 남강 쪽을 향해 두 군데 있기도 했다.

“대체 그자들 행렬이 어떠하기에 그러십니까?”

백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성 안에 들어온 곤양군수 이광악이 물었다. 시민이 입술에 묻히기도 싫다는 듯,

“허, 들어들 보시겠소? 어찌나 가소롭고 치졸한지…….”

우선 왜장 6명은 하나같이 검정 홑옷을 입고 두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탔다. 창검을 가진 자들이 그들 앞뒤를 끼고 섰다. 흰 승복을 입은 여인이 쌍견마를 타고 종자를 숱하게 거느리고 왜장 앞에 나섰다. 걸어서 따라가는 여인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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