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을 산재 안전지대로<2>
서부경남을 산재 안전지대로<2>
  • 강진성
  • 승인 2014.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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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하면 죽음...안전지대가 없다
■안전없는 현장

진주시 평거동의 한 단독주택 공사현장.

단순히 눈으로 보기에도 위험했다. 건물외벽 비계( 높은 건물을 지을 때 디디고 서도록 긴 나무나 파이프 등을 엮어 다리처럼 걸쳐 놓은 설치물)에는 작업자들이 발판이 없어 파이프를 잡고 곡예 이동해야 했다.

주변의 다른 단독주택 현장도 다를바 없었다. 작업발판이 있긴 했지만 폭이 규정(4m)에 미치지 못했다. 또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작업자가 지날때마다 흔들거렸다.

추락을 방지하는 안전시설물도 역시 보이지 않았다. 건물 내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어떠한 안전난간도 없었다. 자재가 떨어질 경우 방어하는 방호선반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상시 착용하고 있어야 할 안전모는 공사장 바닦에 구르고 있었다.

공사현장으로 들어가자 4명의 내부 미장작업 근로자들은 안전모를 쓰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 곳곳에는 위험물이 상존했다. 바닥에는 벽돌이 어지럽게 쌓여있고 벽에는 못과 핀같은 날카로운 물체가 튀어 나와 있었다. 머리나 손 등 신체와 접촉할 경우 다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현장에서 본 말비계(공사장 내부 천장 등 작업을 위해 사람이 올라가서 사용하는 구조물)는 수평이 맞지 않아 흔들거리는 등 허술해 보였다.

작업자들에게 안전모 미착용에 대해 질문하자 “건물안에서 작업하는데 뭐하러 쓰나…”고 작업자가 답했다.

진주혁신도시 내 공사장에서도 이같은 안전불감증이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4층 높이의 한 공사장에는 안전대부착설비(몸에 매거나 고정하는 로프나 고리)없이 작업하고 있었다.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철골 구조물을 잡고 이동하는 작업자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공사장내 5명가량의 모든 작업자는 안전모 없이 일하고 있었다.



■소규모 공사장이 더 위험

이처럼 소규모 공사장은 대형 공사장에 비해 위험에 더욱 노출돼 있다.

지난해 경남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25건 중 건설업이 14건으로 업종별로는 가장 많았다. 이중 공사금액 3억 미만 공사장에서 건설업 전체의 절반인 7건이 발생했다. 2012년에도 건설업 중대재해 총 10건 중에 3억 미만 공사장에서 5건이 일어났다.

산재 발생은 사업장 규모가 적을 수록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3년 총 25건 중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자에서 20건(80%)이 발생했다. 2012년에도 총 17건 가운데 50인 미만은 13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반해 300인 이상 1000명 미만 공사장 산재발생 건수는 2012년 0건, 2013년은 1건에 그쳤다.

발생형태별로는 추락사고가 10건(2013년)으로 가장 많고 협착이 4건(2013년), 붕괴 전도가 3건(2013년) 순이었다.

이영진 고용노동부 진주지청 근로감독관은 “산재사고는 크고 높은 대형 건설현장보다 소규모 현장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며 “소규모 건설현장은 영세하고 공사기간이 짧다보니 상대적으로 안전시설물 설치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사망사고는 대체로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주 발생한다. 2~3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사다리 작업을 하다 뒤로 넘어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공사장에는 위험물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높지 않는 곳에서 떨어져도 머리를 다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규모 현장의 경우 안전모만 제대로 착용해도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날씨가 덥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잘 쓰지 않는다”며 작업자의 안전불감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감독관은 “안전은 100%보장되어야 한다. 0.1%의 허점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며 “소규모 현장이라고 해서 안전이 뒷전이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설마가 죽음으로 이어져

안전불감증 사고는 사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난 달 19일 사천시 서포면 비토섬 통신철탑 해체작업 현장에서 철거업체 직원 A(62)씨가 40m아래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A씨는 동료와 함께 통신철탑에 올라가 철거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추락방지를 위한 안전대부착설비(로프 등)를 갖춰야하는데 안전대 부착설비없이 작업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분야 경력이 30년차인 베테랑이었다. 하지만 한순간의 실수에 자신의 목숨을 빼앗겼다. 지난 4월 진주시 상평동에 있는 한 공장에서는 지붕개량 중이던 작업자가 판넬 해제를 위해 이동 중 선라이트(채광창)을 밟아 파손되면서 4m 아래로 추락, 5일만에 병원치료 도중 사망했다.

또 지난해 진주의 한 공사현장에서는 근로자가 불과 3.3m 높이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공사장에는 작업발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안전한 통로(계단 등)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였다. 당시 안전모는 착용하지 않는 상태였다. 근로자들이 이동할 수 있는 작업발판만 있거나 안전모를 착용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망사고였다.

한 건축업자에 따르면 “소규모 공사장은 적은 공사금액으로 인해 안전설비에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안전모같은 개인 안전용품이 지급되는 경우도 없다. 설사 지급하더라도 근로자들이 잘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턱없이 부족한 지도감독 인력

안전시설이 미비한 공사장이 방치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도감독 인력의 심각한 부족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사망재해 등 산업재해율은 훨씬 높지만 산업안전보건 지도감독 인력(산업안전감독관)은 선진국에 비해 2~6배 가량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인력은 391명(2013)으로 직원 1인당 관리 사업장수가 5814곳, 관리 근로자수는 4만5438명에 달했다. 이는 영국(2010년 기준 산업안전보건 인력 3344명)이 직원 1인당 사업장수가 1358곳, 근로자수가 6995명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영국은 사망사고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율·2010년기준)이 0.07%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사망사고만인율은 영국의 10배수준인 0.7%였다.

독일(2011년)은 1인당 848개 사업장과 8507명 근로자, 미국은 1인당 2210개 사업장과 3만2960명 근로자, 일본은 1인당 1873개 사업장과 3만7491명의 근로자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부경남의 경우 전국 평균보다 많은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주고용노동지청 관할 총 사업장은 2만 4988개로 산업안전보건 인력 1인당 관리수가 6247개소에 달했다. 이는 전국평균(5814개)보다 400개소 정도 높은 수치다. 1인당 근로자 관리수는 4만 3349명으로 전국평균과 비슷하게 조사됐다.

행정대상의 증가와 지도감독 결과 조치 강화 등 인력 증가요인 있음에도 산업안전감독관의 증원을 하지 못한 것이 산재사고가 늘어난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장 지도감독 인력을 늘릴 수 없는 현상황을 볼 때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지자체, 발주자, 감리 등이 공동으로 안전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영진 근로감독관은 “과거 경제도약시기의 빨리빨리문화와 안전불감증이 습관화돼 지금까지도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의 기술과 공사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안전이 우선시 되는 공사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현장 4대 필수 안전수칙인 ‘안전보건교육 실시’, ‘보호구 지급과 착용’, ‘안전작업 절차 지키기’, ‘안전보건 표지 부착’을 생활화해야 안전하고 쾌적한 사업장이 될 수 있다”며 사업주와 근로자의 의식변화를 당부했다.

강진성·박성민기자

공동기획 경남일보·진주고용노동지청·안전보건공단 경남지사

위험작업장
20일 진주의 한 공사장에서 작업발판, 안전대부착설비 등 안전설비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추락위험 속에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노동자들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안전불감증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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