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70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170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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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1. 오고 있다
진주성을 향해 진격해 오는 왜군들 모습은 형형색색 요란하기 짝이 없었다. 옆으로 내닫는 기마병, 긴 자루의 둥근 금부채를 휘두르는 자, 흰 바탕에 황금무늬 잡색으로 그림을 그린 삽선(?扇)을 짊어진 자, 닭 깃으로 만든 관을 쓴 자, 산발한 탈박을 쓴 자, 뿔 있는 금가면을 쓴 자, …….

그중에서도 삽선, 곧 운삽과 불삽은 참으로 꼴사나웠다. 둘 다 발인할 때 상여 앞뒤에 세우고 가는 것으로, 구름무늬를 그린 부채 모양의 널판인 운삽도 그렇거니와, ‘亞’ 자 형상을 그린 널조각에 긴 자루가 달려 있는 불삽도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마도 그것들을 동원한 것은, 너희 조선군을 관 속에 넣겠다는 으름장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가 하면, 그들은 저마다 기를 갖고 있었는데, 어떤 것은 기폭이 넓고, 어떤 것은 기장이 긴 잡색 기치로서, 그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혹자는 푸른 일산(日傘), 혹자는 붉은 일산을 받치고, 검광이 햇빛에 번득일 때면 살기가 공중에 가득 펼쳤는데, 그 기괴한 형상들은 보는 사람을 경악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장군! 무엇을 그렇게 유심히 바라보고 계시오니까?”

문루(門樓)에 올라서서 사방을 살피고 있는 시민을 발견한 장수 하나가 시민 곁으로 와서 물었다.

“아, 지금 해자를 살펴보고 있는 중이오.”

시민은 그런 대답과 함께 대사지 쪽을 가리키며,

“보시오. 천연의 해자 구실을 하고 있는 저 대사지에서 시작하여, 동쪽 방향으로 참호를 파내려가서 동북쪽 성벽을 감아 돌고 있지 않소.”

“그리고 남쪽으로 곧바로 가서 남강에 이르고 있는 형태로군요. 그러니까 대사지와 남강을 연결한 것이 이 성의 해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잠자코 듣고 있던 시민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한데 문제는, 저 대사지 서쪽 끝이 구북문 밑에까지 미치지를 못하고 끝나버렸다는 것이오.”

장수가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듯,

“아,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그게 마음에 크게 걸립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지금은 왜적이 성 가까이 와 있으니 보강할 수 없는 형편 아니겠소. 본관 생각으로는, 나중에 저기 서북쪽에 참호를 파고 물을 담아 두는 게 좋을 것 같소만…….”

고개를 끄덕이는 장수 귀에 또 이런 소리가 들렸다.

“대사지의 길이와 너비를 늘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오.”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그건 그렇고, 저 순천당에 와 있는 왜군들 말이오. 언제까지 저 따위 짓을 할 것 같소?”

“그, 그러게 말씀입니다.”

그들 시선이 노을이 아름답기로 알려진 순천당 방향을 향했다. 지금 그곳에 진을 치고 있는 왜군 가운데에는, 탄알을 날리는 총수(銃手)가 1천 명을 넘었다. 그들이 성 안을 향해 일제히 총을 쏘아대면, 그야말로 우레가 울리고 우박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왜군들로선 너무나 이상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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