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숙(지경서당장)
“선생님 수업시간은 인생을 배워 가는 것 같아요. 쌤, 가까이 있어서 몰랐지만 이번 수업 끝나면 그리워서 울 것 같아요. ㅠㅠ. 사랑합니다.”
‘어라, 인생을 배워 가는 시간? 이런 황홀한 만남이라니!’ 2년 연속 학부모 회장을 맡았던 학교가 올해 자유학기제 시범학교로 지정이 되어 이번 학기 NIE논술(신문활용교육) 자원봉사를 했는데, 마지막 수업이라 소감을 쓰는 엽서에 윤이 이렇게 적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꿈이지만 페스탈로치가 누구냐며 EXO의 ‘중독’에 중독된 중2 여학생의 감동적인 이 고백, 전율이 느껴지는 무서운 촌평이다.
“제가 올해 NIE 논술부에 들어온 건 정말 잘한 일 같아요. 후회되는 순간이 없을 정도로 재미있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좋은 유용한 정보들 감사합니다.”
첫날, 앞으로 학생들에게 인성을 제대로 가르쳐 주고 싶어 교사가 되고자 한다며 마치는 날까지 꼼꼼히 뒷정리를 자원했던 비가 날린 서술형 교원평가서다. 중등교사가 되기 위해 국사를 배울 때 공부 더 열심히 해서 한국사 3급 이상 미리 따놓기로 내게 약속을 하겠다는 영리한 아이다.
“NIE 수업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진로에 대해서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논술부에 들어와서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이 기쁘고 감사하고 수업 중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이 항상 가르쳐 주신 말씀 잊지 않고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돌아올게요.”
스스로 자기주도 학습을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인데 초딩 때부터 계속 학원을 보내 불만이다. 그래도 엄마와 이모의 바람대로 연세대 치대는 가고 싶은 우. 실내에서도 선크림을 바르며 외모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 열심히 잘 배웠다는 수줍음 많은 경화, 스튜어디스가 꿈인 의영, 막차로 우리와 한 배를 탄 유진, 중간에 기타반으로 간 솔. 한시도 저 세월호를 잊지 못하도록 이번 학기 내 가슴에 꽃으로 핀 이 아이들, 이들의 향기에 취했던 행복. 소녀들의 이름에 알맞은 꿈을 더 뜨겁게 그려주지 못한 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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