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여성들의 저항
이 멋진 여성들의 저항
  • 경남일보
  • 승인 2014.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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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태 (정훈평생교육원장)
우리는 삶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면서 배워 간다. 작은 경쟁에도 기꺼이 참여하고 아낌없이 넘어지고 깨지면서 인생을 배워 나간다.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중부도시 천안시에서 장애인스포츠인 좌식배구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19개 팀(남자 13개 팀, 여자 6개 팀) 선수 및 임원 220명, 대회 관계자 및 자원봉사자 등 600여명이 참여한 최대 규모의 장애인 배구대회이다. 필자는 울산배구단 주무로 한여름 휴가철, 폭염을 무등 삼아 4시간을 내달려 동참하였다. 울산좌식배구단원들은 좌식배구가 삶 그 자체라 멀지만 한걸음에 참가하였다. 선수들은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시합에 임하였으니 졌어도 기쁜 마음이었다.

그들이 날리는 스파이크는 그들의 존재를 알리는 메시지요, 이를 막아내는 블로킹은 그들을 향한 사회의 편견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었다. 리시브는 공평의 의지표현이고, 토스는 자아실현을 얻으려는 심적 자세였다. 함께한 그들은 진정 건강한 시민이요. 아름다운 이웃이다. 천안대회는 가장 권위있는 좌식배구대회인 만큼 찾는 내외빈도 전국 최다였다. 이날은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이 함께해 배구사랑의 대중적 교량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배구인의 한사람으로서 함께하는 것 자체가 너무 가슴 벅차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배구를 통해 하나된다는 마음이 첫출발인 것이다. 앞으로 전 배구인이 대회의 자원봉사 등 어떤 방식으로도 함께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이번 대회에서 ‘경남멋진여성팀(감독 이문희)’은 희망과 저항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언제나 깨지고 들러리만 썼던 4년 만에 준우승하였다. 1승 올리기가 그렇게도 소망이던 영남에서는 가장 구력(球歷)있는 여자좌식배구팀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는 6개 도시의 여자팀이 참여해 듀스까지 가는 대접전을 벌이며 청소년 등 배구갤러리들에게 스릴과 흥분을 주었다. 서울과 제주특별도의 한판 승부는 피말리는 빅게임이었다. 승부는 3세트 풀 경기와 듀스 접전 끝에 제주팀이 이겼다. 제주 에이스 김영숙(지체 2)은 “우리가 서울을 이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오늘 그 징크스를 깼어요” 라며 펑펑 울었다. 아깝게 분패한 서울팀 에이스 전결숙(지체3)은 “아깝게 졌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한 모든 여자선수들이 감사하고 고맙다”며 다음을 기대하였다.

‘경남멋진여성팀’은 1차전에서 우승후보 충남팀에게 세트스코아 1승 2패, 2차전 광주팀을 풀세트 경기에서 자력으로 감격의 첫승을 거뒀다. 경남 유순자 단장(지체2)은 “우리가 전통의 광주팀을 이겼다. 우리도 할 수 있다”며 환호하였다. 열악한 훈련환경, 시의 무관심 속에서도 마루바닥을 기면서 울고 웃어 왔다는 그녀들은 평균연령이 50세다. 준결승 제주와의 한판 승부 역시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서울을 이긴 제주는 6명의 선수 모두가 고른 기량을 지녔고, 경남은 1명의 선수 외에는 모두가 열세였다. 경남은 전략을 대폭 수정하여 서브공략과 리시브전술에 치중하였다. 결과는 3세트 두 차례 듀스에서 짜릿한 승리는 낚아챘다. 멋진여성은 사상 첫 준우승의 감격을 안았다. 순간 그녀들은 힘에 겨워 코트 위에 누워 버렸고, 하늘을 보며 자신들이 대견하다며 펑펑 울었다.

원주(圓周) 68cm 공 하나로 잘 걷지 못하는 장애인 친구들이 대중 앞에서 땀을 흘릴 수 있다는 것, 스릴 넘치는 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애편견 해소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 지역을 넘어 쌓이는 관계 속에서 자아성취를 느끼고 자신감을 얻는다는 것은 함께하는 어울림의 굿판이다. 좌식배구는 상대를 싸움과 술수로 이기기보다 팀원들의 조화로 승리를 일구는 것이다. 이번 천안좌식배구대회는 예측불허의 승부, 누구나 하면 된다는 자신감, 단합된 팀이 이긴다는 진리를 보여주면서 성숙해가는 사회,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모델이었다.
박형태 (정훈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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