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회적 다양성 열어 가야 한다
정치, 사회적 다양성 열어 가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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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 진주교대 교수)
정치·사회적 다양성 열어가야 한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숨겨진 세계에는 반드시 숨겨진 험난한 질서가 있다. 이는 인간적 이해와 겸손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공존과 효율성을 추출하고, 가치의 위계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문제나, 사회 내 정치, 예술,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는 그 분야를 가능하게 하는 역동적인 힘과 나름의 정의가 존재하는 것도 이러한 것에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사회 핵심 가치들인 부와 권력, 그리고 이념과 종교에 공통된 문제는 사회적 다양성을 억압할 개연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사회 특정 가치가 다른 영역에 침투하게 되면 사회적 불평등과 불화협이 생겨나는 것이다.



기본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 다시 고민해야

사회구성원들이 부의 영역은 경제의 영역이고, 권력의 영역은 정치의 영역이라고 사회의 한 가치로만 인식이 된다면, 사회의 효율성을 위하여 공헌하는 하나의 영역으로서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비로소 경제 주체는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 의무이며, 정치 주체는 국민의 공리적 후생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자명한 사회적 의무가 되는 것이다. 가치에는 고유의 방향성과 목적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때 비로소 사회가 건강성과 영속성을 지니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 구성원들은 다양한 가치가 가지고 있는 사고체계에서 삶의 의미를 내재화시키고, 개체와 공동체 간의 건전한 관계설정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의 공공정신을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부(noblesse oblige)는 여기에 터 두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을 둘러싼 검경 수사와 관련자들의 자수와 같은 일련의 일들은 기본과 원칙이 뒤엉킨 현주소였다. 국가 구성원들이 그 사회에 신뢰감을 주지 아니하는 것은 현실적 삶을 결정하는 요소인 부나 권력과 같은 사회적 가치의 획득 원칙과 룰(rule)을 국가권력이 지켜 내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경우다.

사람이 사는 사회는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이탈적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그것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토양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다양성은 사회 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단초를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사회의 큰 고민 하나는 이념이나 종교 같은 전체적이고 근본적인 영역이 사회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일면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 사회 행태는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으로 재단하고 타(他)의 여지를 좁게 하는 관행이 있다.

이러한 행태의 반복과 지속에서 사회적 사고가 획일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의 공리적 가치를 훼손하는 범죄가 아니라면 시민 각자의 영역은 존중 받아야 한다. 시민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형태나 생각은 모두 소중하기 때문이다. 이념적 프레임에 갇힌 정치·사회적 주체간 어떤 논의도 불가한 경우 그 사회는 객관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을 상실할 개연성이 높다. 방법과 절차에 관한 한 얼마 전 총리 지명자 인선에서 보여준 정치·사회적 행태는 우리 사회의 미숙함을 보여준 한 예가 된다. 감정의 절제에서 진 싸움이다.



정치, ‘공적 이성’ 회복과 모범 보여야

우리 정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념 또는 종교적인 성향과 맞물려 돌아가는 ‘대중성’이다. 이념과 종교가 선거에서 고정표를 얻어내는 기반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목적전도현상으로 빨려들어간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정치는 일상이다. 그렇다면 롤스가 말한 상이한 성질이거나 심지어는 대립적인 성향이 있는 신념들일지라도 협력과 조화로서 사회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치된 합의를 끌어내어 지속적인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는 ‘공적 이성’을 정치권에서 먼저 회복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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