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인사를 바라보는 눈
사천시 인사를 바라보는 눈
  • 이웅재
  • 승인 201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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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서부권본부 차장)
자연은 스스로 완성시켜가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한다. 도가에선 이를 두고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렇게 되어진다(무위자연)며 자연의 위대함을 강조해 왔다.

탈많고 말많은 인간사회도 자정 능력이 있나 보다. 갈 데까지 가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위경에 처하니 자정력이 발휘되었을까.

최근 실시된 7·30 재·보궐 선거에서 순천-곡성 주민들이 이를 보여줬다. 순천-곡성 주민들은 지팡이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색을 깨트리고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를 당선시켜 대한민국 고질병 지역장벽 타파의 선구자가 됐다. 전라남도 순천-곡성이 아닌 대한민국 순천-곡성임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사실 우리는 국가보다 지역을 앞세우는 폐해를 지적해 왔지만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모순된 삶을 살아왔다. 습관과 관행은 자칫 혁명보다는 반란으로 지적될 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순천-곡성 주민들의 선택은 반란이 아닌 바람직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혁명이 되어야 한다.

최근 사천시에서도 순천-곡성 주민들의 선택 만큼 파격적인 일이 시청 인사로 나타났다. 1995년 시군 통합이후 만연해온 소지역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다. 사천시청 인사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 편 가르고 쪼개기하던 특정지역 배려 대신 일과 사람을 앞세우는 새 인사를 선보였다. 신선한 충격이지만 임용권자의 작위적 판단 대신 직위고하 불문 엄정한 신상필벌의 시스템 정착이란 과제가 남았다.

민선6기 사천시정을 맡은 송도근 시장이 지난달 31일 첫 인사를 단행했다. 송 시장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5급 사무관 3명을 무보직 전보했는가 하면 6급 주사를 동장 과장 직무대리로 임용하고, 보건진료소장 모두의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9월 조직개편을 염두에 두고 소폭 인사에 그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인사, 그것도 전례가 없던 사무관 무보직 전보와 6급의 사무관 직무대리 등 파격적 인사를 단행한 만큼 파문도 크다.

현실적으로 사무관 승진이 어려운 6급 고참에 대한 배려라는 순수한 호의로 보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사사로운 보은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성장형조직이 아닌 쇠퇴형조직으로 가는 인사라는 지적도 있다. 개인의 작위적 판단보다는 시스템으로 정착돼야 음지전양지변 신세라는 자조의 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고도 한다.

실제 지난달 31일 사천시의회 정철용의원은 5분발언을 통해 “송 시장은 ‘시민이 먼저입니다’ 라는 슬로건 아래 공무원 조직을 쇠퇴형 조직에서 성장형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 지방선거 줄서기 등 개혁에 반하는 직원은 퇴보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전례가 없는 5급 사무관급 3명 전보발령과 퇴직 5개월 남은 6급 과·동장 직무대리 발령은 공무원 조직의 가치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봐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출신지역을 따지지 않고 인물을 보겠다. 연공서열을 존중하겠다고 밝혀온 송 시장의 인사원칙이 지켜지는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천시 다수 공무원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일부 사무관 등 고위공직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능력자를 발탁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되는 당사자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신상필벌의 명확한 기준을 밝혀야 잡음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재임 2개월 동안 보여준 송 시장의 행보를 두고 사천시 안팎의 평가는 일단 합격점이다. 청렴 사천과 시민이 먼저라는 구호의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시청 민원동 1층에 문을 연 ‘시민시장실’은 이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행복도시 사천의 양대 과제인 항공국가산단과 케이블카사업의 지지부진 답보는 옥에 티다.

9급에서 1급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송 시장이 첫 인사에 담은 메시지가 9월 중순 조직개편에서 보다 구체화될 것이다. 선공후사 신상필벌 어렵고도 먼 길가며 행복도시 사천건설 이룬다면 금상첨화다.

 

이웅재 (서부권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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