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을 산재 안전지대로 <3>
서부경남을 산재 안전지대로 <3>
  • 강진성/박성민
  • 승인 2014.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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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조합'에서 '안전조합'으로 ②산청군 산림조합
벌목작업
산청군산림조합의 벌목 담당자가 전기톱으로 나무를 절단하고 있다. 조합은 사고 위험이 높은 전기톱 작업은 안전모, 보안경, 무릎보호대 등 개인보호구 착용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
 
 
전기톱 굉음이 옆 사람과 대화도 못할 만큼 산속을 울린다. 작렬하는 햇빛을 아름드리 숲들이 막아주긴 하지만 하나둘 쓰러지는 나무들 속에 산림조합 근로자들은 곧 땀 범벅이 될 수 밖에 없다.

일반 건설업과 제조업과 달리 임업현장은 ‘산’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늘 예상치 못하는 변수에 시달린다. 과거 산청군산림조합은 산재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2005년에 이어 2006년에 사망사고가 각각 발생하면서 ‘재해백화점’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2006년 이후 단 한건의 중대재해도 없는 ‘안전제일’의 산림조합으로 거듭났다. 산청군산림조합은 어떻게 재해백화점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었을까.



◇ 잇단 사망사고로 곤혹…안전의식 바꿔

2005년과 2006년에 발생한 사망사고는 산청군산림조합이 안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조합의 주된 목표를 ‘안전사고 제로화’로 정하고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했다.

조합은 먼저 가장 기본적인 개인보호장구부터 신경을 썼다. 혹서기에도 안전 개인보호장구를 꼭 갖추도록 했고 개인 식음료도 지참하게 했다.

또 조합은 매년 시무식이 열리는 날에는 산에 올라 안전기원제를 함께 열고 있다. 안전에 대한 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다시하기 위해서다.

작업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점심시간 이후 집중도가 떨어질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조합장이 직접 작업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안전을 당부한다. 전기톱 등 위험작업자들은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장근로자들 대상으로 자체 안전교육도 갖는다.

지난 30일 현장에서 전기톱을 작업중이던 전석만(56)씨 역시 6주의 산림기능사 교육을 이수했다. 무더위속에서도 안전모, 보안경, 무릎보호대 등 보호장구로 무장해 있었다. 그는 “덥긴 하지만 다치지 않으려면 보호장구를 당연히 해야 한다. 시키기 전에 스스로 하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합은 ‘하루빨리 일하는 것’보다 ‘사고없이 일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 결과 2006년 사고 이후 안전이 부각되면서 재해율이 급격히 감소했다.



◇ 예견된 위험요소를 제거하라

건설업이나 제조업에 비해 다소 알려지지 않았지만 임업에서는 심심치 않게 중대재해가 발생한다. 바로 ‘산’이라는 특수 작업환경때문이다. 산은 평지가 아닌 경사로 이뤄져 있고 돌과 숲이 우거져 있어 안전에 취약하다. 특히 나무베기를 진행할때는 종종 예측과는 달리 나무가 쓰러지면서 사고가 발생한다.

황인수 산청군산림조합 전무는 “임업현장은 워낙 변수가 많고 산이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숙련된 근로자가 해야한다”고 밝혔다. 산청군산림조합은 위험 작업장에는 베테랑 인력을 투입시킨다. 초보 작업자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 그만큼 사고위험이 높기때문이다. 또 안전에 대해 충분히 교육과 경험이 겸비된 작업반장이 시시각각 안전을 확인하고 현장을 지휘한다.

조합은 위험요소를 미리 없애는 것이 최선의 안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고사례를 분석하고 안전장비를 철저히 챙긴다. 심지어 작업자의 불안한 심리도 경계대상이다. 황 전무는 “만약 전날에 부부싸움을 했거나 집안에 좋지 않는 일이 있다면 미리 말하고 현장에서 빠지라고 한다”며 “현장에서 딴 생각을 하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혹자는 황 전무의 이런말이 호들갑으로 취급될 지 몰라도 그의 생각은 다르다. 산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는 산재로 곤혹을 치룬 경험에서 나온 학습효과다.

산청군산림조합 근로자들은 안전모, 안전화, 안전대, 보안경, 안전장갑 등으로 구성된 개인보호장구 더해 안전복 안에 특수 무릎보호대를 착용한다.

이 특수 무릎보호대는 전기톱이 닿으면 자동으로 톱을 멈추게해 근로자의 중대재해 사고를 막는다. 작업 시에는 적극적인 수신호와 호루라기를 사용해 작업자간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고령 근로자가 많은만큼 주의문구도 간단하고 명확하다. 작업장에는 ‘머리, 허리 ,손조심! ’이라는 구체적인 문구의 현수막을 부착한다. 황 전무는 “문구가 촌스러울지 몰라도 쉽고 간단해야 근로자들이 경각심을 가진다”고 전했다.

강진성·박성민기자



<산청군 산림조합이 전하는 임업 ‘안전 3계명’>

1. .작업에 임하는 자세 정립하자

임업 작업은 작업장에 들어갈 때 부터 긴장을 해야 한다.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 안전의식이 정착되도록 한다.

2.작업환경 요인 파악하자

작업이 벌어지는 산속은 일반 작업장과 달리 돌발변수가 많아 작업환경 요인을 미리 숙지해야 한다. 현장별로는 일 순회점검을 실시한다.

3. 개인보호장구 착용은 필수

작업시작 전 반드시 장비별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보호구(안전모, 안전화, 무릎보호대, 보안경, 안전장갑 등)착용을 확인한다.



 
산청산림조합전무
황인수 산청군산림조합 전무가 작업장에서 안전수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악많은 서부경남, 임업 산재에 취약
 
지난 1월 하동군에서는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목 방제작업 중 현장에서 벌목한 소나무가 넘어지면서 작업근로자가 벌도목 하단에 머리와 가슴을 맞고 사망하는 임업산재사고가 발생했다.

2월에는 진주에서 감염목 파쇄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파쇄기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거제에서도 벌목한 벌도목이 넝쿨과 함께 넘어져 근로자 1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도내뿐만 아니라 강원도 정선에는 특히 주의해야할 낙엽송에 사람이 맞아 사망했고 삼척시에서는 벌도목 낙엽송 상차작업 중 적재된 낙엽송이 구르면서 근로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올해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발생한 임업 사망사고만 해도 10건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경남과 강원이 각 3건, 경북 2건, 전북 1건, 제주도 1건이다.

특히 서부경남은 지리적 여건상 임업 산재율도 높다. 지난 2012년에는 사망자가 없긴 했지만 임업 재해율은 4.02%로 전국 2.46%보다 높았다. 지난해에는 3.69%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2.6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지역은 올해 상반기에만 하동과 거제, 진주에서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5월 진주고용노동지청과 안전보건공단 경남지사, 서부경남 8개 산림조합이 산재예방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영진 진주고용노동지청 근로감독관은 “임업 산재를 막기위해서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 사업발주처에서도 사고예방을 위해 관리·감독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강진성·박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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