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극 패왕별희
경극 패왕별희
  • 경남일보
  • 승인 2014.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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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한신의 십면매복진(十面埋伏陣) 전술에 걸려든 초나라 50만 대군이 구리산 계곡에서 야영을 하고 있는데 한밤중에 초가(楚歌)가 들려온다. ‘구월의 가을은 깊어 들판은 서리에 잠기고/하늘은 높고 물은 말라 기러기떼 슬피 울어 예네/고달픈 싸움에 밤과 낮이 모두 괴로운데/적은 세차게 몰아쳐 와 모래언덕에 백골을 쓰러뜨리네.’(이하 생략)

▶게다가 만학(萬鶴)이 구천에서 흐느껴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철석같은 간장을 속속들이 녹여 내릴 것만 같은 옥피리 소리가 때로는 높고, 때로는 낮고 길게 울려 퍼진다. 밝은 달빛 차가운 바람에 휩싸인 초군 병사들은 오장육부로 파고드는 고향생각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어, 하늘의 뜻이라면서 주저하지 않고 다투어 군진을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간다.

▶병사들에 이어 초나라 대장들조차 ‘집이 가난하매 좋은 아내를 생각하게 되고/나라가 어지러움에 어진 재상을 생각하게 된다(家貧則思良妻/國亂則思賢相)’면서 대오를 이탈한다. 초가는 한왕 유방의 책사 장량이 초나라 포로들을 동원해 초나라 병사들에게 들려준 심리전이었다.

▶군사를 잃은 초패왕 항우는 궁지에 몰리자 마지막으로 노래한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천하를 덮건만/시세가 불리하여 말은 나가지 않네./우야 우야 이를 어쩔 것이냐(力拔山兮氣蓋世/時不利兮?不逝/虞兮虞兮可奈何)’ 우미인이 화답한다. ‘한나라 군사가 쳐들어오니 사방은 초나라 노래뿐이로다/대왕께서 의기를 잃었으니 신첩인들 어찌 살기를 바라리오.’ 경극 ‘패왕별희’의 줄거리다. 지금 북한의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들고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그 기세가 얼마나 가겠는가?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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