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82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182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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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1. 추진장치를 달아라
“그 힘은 높은 압력에서 낮은 압력 쪽으로 생긴다고 하는데…….”

“죄송하지만 솔직히 저는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조운이 그러거나 말거나 정평구는 무슨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제 할 소리만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방금 내가 말한 유체 말이오. 그것에 닿은 물체를 밀어 내리려고 하는 힘에 대한 반작용, 바로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비차를…….”

조운은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울렁울렁하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고, 비차가 그의 몸을 겨냥해 쓰러지는 듯한 아찔함에 허우적거렸다. 그런 조운을 본 정평구는 비로소 제 정신이 든 듯,

“나도 처음에 천문을 연구한다는 그 기인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그랬던 것처럼, 강형도 내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 모양인데…….”

그러고 나서 정평구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비차 재료를 모아놓은 곳으로 가서, 거기 네모진 화선지 한 장을 집어 들고 다시 조운 가까이로 왔다. 그런 다음 그는 화선지를 조운 눈앞에 펼쳐 보이며 말했다.

“이걸 잘 보시오, 강형.”

그러면서 정평구는 화선지의 네 모서리 중 두 모서리 끝을 양손으로 잡고 화선지 위로 ‘후’ 하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것은 실로 알 수 없는 기이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조운은 더욱 멍해지고 말았다. 도대체 그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정말이지 누가 때려죽인다고 해도 모르겠다. 그런 조운의 귀에 정평구의 이런 말이 들렸다.

“자세히 보시오. 내가 바람을 불어넣으니 이 화선지가 어떻게 되는지…….”

조운은 그 황망한 중에도 정평구의 손에 들린 화선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지금까지 보아오던 그 화선지일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허, 그래도 잘 모르겠소?”

정평구가 채근하듯 했지만 조운은 오히려 더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정평구는 연이어 아까 같은 행동을 해 보이며 말했다.

“밑으로 처져 있는 화선지가 바람을 받으니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시오.”

조운은 눈을 크게 뜨고 화선지를 관찰해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제가 볼 때는 화선지가 약간 위로 들리는 것밖에는…….”

그 순간, 정평구 입에서 환호와도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그것이오, 그것!”

조운은 여전히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사람처럼,

“예? 그것이라뇨? 그것이 뭔데요?”

정평구가 손에 든 화선지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이렇게 화선지를 들어 올리는 힘, 그것이 바로 양력이다, 그 말이오.”

그러나 조운은 머릿속이 환해지기는커녕 복잡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렇다면 양력이라는 것이 비차를 하늘로 뜨게 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얘긴데, 그로선 막 어둠이 걷히고 있는 하늘처럼 까마득하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리 중력을 이길 수 있는 힘이라지만, 대나무와 소나무 등으로 조립한 비차는 새털같이 가벼운 화선지 한 장과는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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