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득자 (배영초등학교장)
부임과 동시에 교문에서 본관 건물에 이르는 통학로에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라는 현판과 함께 은행나무 4그루를 심었다. 이 은행나무들도 많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 배영어린이와 학부모, 그리고 같이한 배영교직원들에게 추억의 장소로 영원하기를 기원하면서 말이다.
여름방학과 동시에 배영 맛누리(급식소) 현대화 사업이 한창이다. 이 건물은 다목적실로 지어졌기에 식사공간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전임 교장선생님께서 낡은 취사도구 교체와 실내 리모델링 예산 등 기본적인 준비를 다 해 놓으셨다. 그래서 힘들지 않게 추진되고 있다. 그렇지만 공사기간이 약 90일이 걸리는 대공사이다 보니 개학을 하면 아동들의 점심식사 문제해결이 걱정이었다.
학부모님들은 “내 아이의 도시락을, 나의 엄마가 나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준비할 기회로 큰 추억이 될 것”이라고 오히려 긍정적인 생각으로 고충을 같이해 주셨다. 이렇게 역지사지의 훌륭한 생각을 하시는 학부모님들의 정서는 그 옛날에도 그러했다. 이것이 배영교육의 진정한 힘이다. 우리 배영교육 공동체는 이렇게 서로를 키워가고 있다.
교정의 느티나무 사이로 금빛 햇살이 아름답게 뒹굴고, 한 움큼씩의 산들바람이 담장가의 한뼘농장을 스치고 지나간다. 한 이이가 작은 배영쉼터 잔디밭에 앉아 땀을 닦으며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있는 친구를 부르고 있다. 함께 이야기도 하며 쉬어 가자는 신호인 것 같다. 필자는 창 밖의 그들에게 ‘가자! 배영의 꿈터로, 작은 전통수목원과 한뼘농장, 그리고 작은 배영쉼터 잔디밭에서 우리는 언제나 무지갯빛 꿈을 안고 함께하는 세상을 열자’라고 메시지를 날려 보내며 정오의 행복에 젖어 있다.
이때 다은이가 교장실 복도 창문에 매달려 예나 다름없이 인사를 하며 묻는다.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런데요, 화단에 있는 콩벌레를 왜 잡으면 안 돼요?”, “다은이 이제 방과후 교실 마쳤구나. 왜 잡으면 안 될까? 다은이가 말해 볼래?”, “콩벌레 엄마가 기다리잖아요.”
다은이는 방학에도 꿈키움교실 수업에 참가하고 있는 예쁜 아이다. 우리 모두 다은이처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으고 배려하면서 말이다.
/박득자 (배영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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