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매미의 일생
219. 매미의 일생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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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의 생활 속 수학이야기>
무더운 여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는 전력대란도 일어나지 않았고 무더위와 모기로 인해 밤잠을 설치지도 않은 것 같았다. 옛날 어린 시절 여름방학 때 곤충채집 숙제로 매미를 잡던 시절이 생각난다. 요즘은 도심 속의 매미 우는 소리도 듣기 힘든 것 같다. 여름 한철 살기 위해 땅속에서 수년간 살아야만 하는 매미의 일생이 너무 안타까운지 여름 내내 울다 사라지는 것 같다. 삼천 종의 매미들 중에서 13년 또는 17년 만에 성충의 모습을 갖추는 매미가 있다. 12년이나 16년을 유충으로 땅속에서 살다가 13년째나 17년째에 완전한 모습으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생물적인 여러 가지 원인은 제쳐두고 왜 주기가 13년 또는 17년인가를 알아보자. 생물은 생존과 종족의 번식에 최대 목적을 두고 있다. 종족 자체를 보존하려면 적절한 수가 천적들에게 잡혀 먹히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특히 매미 같이 작고 약한 곤충들은 새나 다른 곤충들에게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서 천적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 눈에 띄어 잡혀 먹히고도 충분한 수가 남을 만큼 많은 종의 숫자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런 이유로 매미가 13년 또는 17년마다 폭발적으로 성충이 되는 것이다.

매미의 천적들인 새나 다른 곤충들은 대개가 2년에서 5년의 번식주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2년에서 5년에 한번 수가 많이 불어난다. 따라서 13년 또는 17년 매미가 급격히 불어난 천적들을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13이나 17은 2나 3, 4, 5중 어떤 수로도 나누어지지 않는 꽤 큰 소수이기 때문이다. 매미가 이들과 한번 만나 다시 한번 만나려면 최소 26년 최대 8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만나더라도 그 해에 폭발적으로 불어난 매미들이 평소보다 많이 잡혀 먹히더라도 멸종하는 일이 없고 종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13년과 17년 매미보다 오래 사는 매미들의 천적들이 없으니 수천, 수억 년간 진화하면서 본능적으로 터득한 수학적 지혜가 아닌가 싶다.

매미보다 더 큰 숫자를 가진 식물이 있다. 왕대라는 중국의 대나무이다. 이 대나무는 서기 999년에 꽃을 피운 이래 세상 어디에서든 정확하게 120년에 한 번씩 꽃을 피운다고 한다. 대나무 씨앗이나 어린 순은 맛있는 먹잇감이다.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포식자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에 한번에 많이 번식해서 먹히는 기회나 숫자를 최소화해야 한다. 만약 왕대의 주기가 짧다면 곰이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기다렸다가 사냥하듯이 동물들이 주기를 기억하였다가 다 먹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나 120년에 한번이라면 그것을 기억하는 동물은 거의 없고 그것을 기다려서 먹을 만큼 오래 사는 동물도 없을 것이다. 그저 우연한 기회에 한번 정도 대나무 씨앗이나 순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대나무들이 꽃을 피우는 기간이 다 긴 것은 아니지만 대개 주기가 15년이 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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