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다리夜] 쌍가락지 두른 진주교
[아이고 다리夜] 쌍가락지 두른 진주교
  • 강민중
  • 승인 2014.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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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얽힌 옛 이야기들
1970_안산_에서_본_진주교
1970년 진주교와 남강의 풍광. 자료제공=(사)한국사진작가협회 진주지부


‘아이고 다리야, 철구 다리야.’ 엄마가 고된 일을 마치고 하루를 마감할 때 늘 하시던 말씀이다. 어느 날 문득 나는 가족과 너무나 닮지 않았다는 의구심에 “엄마 나 어디서 데려 왔어”라고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다리 밑에서 주워 왔지”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처럼 다리는 항상 엄마와 연결되어 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엄마의 다리를 볼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난다. 본보는 각 지역마다 다리에 얽힌 옛 이야기를 담고 옛 추억을 담고자 한다. 해질녘 어머니의 다리를 떠올리는 시간이 될 수만 있다면…./편집자주



# 프롤로그

한복에 봇짐을 가득 멘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리며 강 건너를 바라본다. 폭우로 강물이 불어나면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유일한 이동수단인 나룻배가 뜰 수 없게 되자 발이 묶인 것이다. 초초한 눈빛의 사람들 대부분이 시장을 보러 나왔거나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가장,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학생들이다. 비를 흠뻑 맞은 채 두어 시간을 기다렸지만 비는 더 거세지고 결국 이들은 발길을 돌린다. 과거에 다리(교량)가 없어 나룻배에 의존하던 시절의 강 너머 사는 사람들의 고충이다.

다리는 단순히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역할을 넘어 인적·물적 소통, 마음과 마음과의 소통 등을 통해 우리의 삶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우리의 삶과 함께한 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도 많다.



진주교(1933년대)
1933년 진주교와 다께모도꾸미 화물자동차 행렬. 자료제공=(사)한국사진작가협회 진주지부


◇논개 가락지를 품은 진주교

진주시의 야경을 촬영하는 사진작가들에게는 나름의 두가지 공식이 존재한다. 색색의 조명이 드리워 진주 남강을 환하게 비추는 촉석루를 담은 한 장면과 황금빛을 머금고 있는 진주교가 그것이다.

진주성의 촉석루는 건너편 망경동 대나무 숲속 내에 위치한 사진촬영 포인트가 있다. 그만큼 모든 야경사진이 획일적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황금빛을 머금은 진주교는 촬영장소와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지며 다양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남강에 반사돼 하나의 고리를 만드는 진주교는 흡사 황홀한 빛을 내는 금반지를 연상시킨다. 때문에 진주의 야경하면 촉석루보다 더 선호하는 소재다.

진주시에서 남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희망교와 남강대교, 천수교, 진주교, 진양교, 상평교, 남강교, 금산교, 김시민대교(미개통) 등 총 9개다. 이 중 1990년 이전에 지어진 다리는 진주교(1927년), 진양교(1969년) 상평교(1990년) 등으로 진주교는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진주교는 일제 강점기인 1927년 철골구조로서는 도내에서 가장 먼저 건설된 다리로 당시 26만원 정도의 공사비로 준공됐다. 이후 1980년 11월 옛 진주교보다 조금 아래쪽에 ㈜한라건설이 시공해 1983년 6월에 완공한 현재의 진주교가 건설됐다.

중앙동과 칠암동, 강남동, 망경동 일대를 연결하는데 가장 교통량이 많다. 칠암동 방면에서 진주교를 건너오면 진주시내 중심부와 촉석루가 있는 진주공원과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이 있고 각종 중심업무 기능들이 집중돼 있다. 또 진주의 관문인 남부지역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

진주교 교각 아래쪽에는 논개를 기리는 뜻으로 논개의 반지를 형상화한 거대한 황동반지가 은은한 빛을 내며 교각 밑을 감싸고 있다. 충절의 고장 진주를 상징하는 다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주교=교량의 길이는 272.7m, 폭은 18m, 높이는 11m이며, 경간의 수는 9개, 최대 경간 길이는 30m다. 총 차선 수는 상행선과 하행선 각기 2차선(18.0m)이며 보도와 중앙분리대(7.0m)로 이뤄져 있다. 다리의 상부구조 형식은 RC슬래브교이고, 하부구조 형식은 아치식이다. 통과하중은 43.2t이며 1일 통행차량은 1만6433대다.



,1960년대_진주교
1960년대 진주교. 자료제공=(사)한국사진작가협회 진주지부
◇시민들의 옛 추억이 고스란히

진주에서 나고 자란 김명수(66·신안동)씨에게 진주교는 손으로 꼽는 추억의 장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학교를 마치면 매일 모자를 삐뚤하게 고쳐쓰고 진주교 다리 밑을 찾았다. 그곳에서 주먹다짐을 하기도 하고 물수제비놀이와 씨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김명수씨는 “학교만 마치면 진주교 다리밑에 뭐가 있다고 그렇게 갔는지. 요즘에는 아이들이 갈 데가 많지만 당시에는 빵집 아니면 강변이었어. 지금은 정비가 돼 그 당시의 모습은 거의 없지만, 그때는 하동 섬진강 모래사장 처럼 모래사장이 컸어. 친구 7~8명이 뭉쳐 거기서 수영도 하고 씨름하고 몰래 술도 마시고.(웃음) 그 당시 우리들의 아지터였지. 젖은 옷은 바로 널어 말리고….”

그의 중학교 졸업 단체사진의 촬영장소 역시 진주교 다리밑이라고 했다.

“그냥 당시에는 코스였어. 졸업사진 대부분을 강변에서 찍었거든. 다들 교복을 풀어제치고 똥(?)폼 잡고 찍었는데…. 진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굳이 추억의 장소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진주교 다리밑일 거야.”

▲진주시민의 희노애락과 함께한 진주교 모습.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을과 진주교와 진주시내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선보이고 있다.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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