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지 않다
시간이 많지 않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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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지난 10일 영화 ‘명량’이 역대 최단 기간에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명량은 1579년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를 이끌고 330척의 왜군에 대항해 싸워 이긴 ‘명량대첩’을 그린 전쟁 액션 영화다. 개봉한 지 12일 만에 10번째 1000만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영화의 줄거리와 완성도, 적절한 개봉 시기, 혹자가 말하는 배급사의 상영관 마케팅 성공, 아니면 잇따른 사건·사고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지도력 결핍에 대한 국민들의 트라우마를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치유 받았기 때문일까. 나는 이 영화가 흥행하고 하나의 사건이 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대치상황에서 가져온 유일한 대승 ‘명량대첩’을 다루었고, 그때의 승리로부터 오는 통쾌함이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 이후로 우리나라는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늘 약자였다. 온갖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었으며 독도 문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문제, 고노 담화 검증 강행 등 일본이 우리에게 보인 만행은 수없이 많다.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으로 화두에 오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일본 정부는 “이미 한일협정으로 해결됐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실무자였던 오재희 전 주일대사는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 당시 청구권 협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며 “군 위안부 문제는 당시 실체가 보이지 않아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으며 생각도 안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일본의 거짓된 태도를 극우파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쇼라고 봐야 하는지, 그들의 국민성이라고 봐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OHCHR)가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길 바란다는 고강도 비판 성명을 제시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방한 때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대해 ‘끔찍한 인권침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곧 위안부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의 성명이 강제력을 띠는 것도 아니고 국제사회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힘의 논리에 따라 미국 정부가 한결같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지도 미지수다. 그렇기에 위안부 문제해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끌되 문제해결의 중심에는 우리가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핵심은 ‘지속적인’ 관심이다.

 

김주희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들을 면담하며 “우리는 곧 죽는다. 시간이 많지 않다”고 외친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또렷이 기억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정부에 공식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총 237명이며 이 중 2014년 8월 현재 54명이 생존해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의 수는 자꾸만 줄어든다. 우리는 지금 당장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절실하다.

대학생 칼럼 김주희
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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