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과 틀린 길
다른 길과 틀린 길
  • 경남일보
  • 승인 2014.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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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 (지경서당장)
지난 주말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이 있었다. 고1인 딸이 봄에 68점으로 아쉽게 2등급을 받아 다시 쳤다. 그때는 고사장이 동명고였는데 이번에는 대아고였다. 여고생 눈에 동명은 신도시의 모델하우스요, 대아는 오래된 중고빌라였다. 두 학교가 분위기는 물론 찾아가는 길부터 확 달랐다. 동명은 초행길에도 비교적 찾기가 쉬운 반면 대아는 만만치 않았다.

서진주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내비가 회전 시 주의하여 7시 방향으로 나가라고 안내를 했으나 거기 손바닥만한 표지판을 미처 보지 못해 우리는 서진주터널까지 가고 말았다. 이때라는 듯 아이들이 아빠를 길치라고 놀렸다. 그리고 이 길은 “다른 길이다”, “틀린 길이다”며 서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러느라 겨우 10여분 전에 도착했는데 교내가 혼잡하다며 입구에서 학생들이 차량을 세웠다. 제복 입은 교통경찰관도 모범운전자도 아닌 깃발 하나 든 고등학생 둘이 나와서. 그런 통제에 수험생을 태운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그 말을 순순히 따를 리가 만무했다. 연방 눈앞에서 하얀 에쿠스, 까만 제네시스가 팽팽 잘만 들어가는데 우리 차를 세우니까 나도 처음에는 화가 치밀었다.

그런데 “왜 어떤 차는 들어가고 어떤 차는 못 들어가냐”고 시비를 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순간 아이가 먼저 내려 교문을 향해 뛰어갔다. 차를 얼른 빼야 주변 정체가 풀릴 것 같아 아무 말 못하고 직진을 했다. 20m 남짓한 그 고개를 가다서다를 반복하니 5분이나 걸렸다.

산 밑쪽 좌측 길옆에 차를 세우고 생각하니 이런 시험장에 경찰관도 없이 학생들만 나와 봉사를 한다는 게 기특해 보였다. 아까 그냥 참고 오길 참 잘했다. 처음부터 그 학생들에게 화가 난 게 아니고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 몰지각한 어른들에게 화가 더 났지만. 이왕이면 “그래! 수고한다”고 웃어주면서 차를 뺄 걸.

시험이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시내로 가는 길에 남편이 두골과 두곡교 갈림길에서 또 헤맸다. 오른쪽에 웰가와 진주대로가 보이니 일단 그 길을 타면 될 것인데. “이건 다른 길이지 틀린 길이 아니다”는 아빠 말에 아이들이 웃었다.

맞다. 우리 인생길도 낯선 길로 좀 돌아간다고 해서 그 길이 틀린 길은 결코 아니다. 전과 다른 길을 갈 뿐이다. 그런데 요즘사람들은 왜 말끝마다 다 틀리다고만 할까.

이상숙 (지경서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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